청와대 압수수색을 완수해내기 위한 특검의 두번째 노림수가 시작됐다. 청와대가 특검과 다른 법리해석을 내놓는다면 이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취지로, 특검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놓은 뒤 판단에 발맞춰 후속대응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은 10일 오후 4시경 서울행정법원에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및 한광옥 비서실장에 대한 '청와대 압수수색영장 불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 박영수 특검팀의 특검보 이규철 대변인이 2월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박영수 특검팀의 특검보 이규철 대변인이 2월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1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처분 취소 청구와 집행 정지를 신청한 이유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형사소송법 제110조 단서 및 111조 단서에 따라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금지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그 판단 받아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과 관련된 장소·물건일 경우 책임자의 승낙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및 제111조를 들고 있다.

특검은 같은 법조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적용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다.

사법부는 이미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취지 및 법리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특검은 청와대의 현실적인 지위 및 상징성을 고려해 다시금 사법부에 법률적 판단을 맡긴 것이다.

법리적 논란 여지 작을 것… 법원, 적극적 해석 요구돼

문제는 특검의 행정소송 제기가 법리적 요건을 만족하느냐이다. 법원이 법리적 요건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행정소송 원고 자격과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의 피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그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사법적 절차다. 이에 따르면 피고는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단체, 쉽게 말해 공공기관이 되고 원고는 이 공공기관의 처분에 대해 피해를 입은 국민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2월9일 특검 소환 조사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혀 특검 사무실을 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2월9일 특검 소환 조사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혀 특검 사무실을 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피고 적격 논란은 어렵지않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적격 논란에 대해 "국가 기관인 특검이 행정법상 항고 소송의 원고 될 수 있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 행위가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될 여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국가기관이 원고 자격을 인정받았던 항고소송 판례를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2011두1214) '불이익처분원상회복등 요구 처분 취소 소송'에 따르면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할 수 있으며 법에 정했거나 법체계상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필요성이 높을 때에만 기관 간 항고소송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원고 적격을 수용했다.

서울행정법원이 특검과 청와대 비서실장 등 간의 소송을 '법에 정했거나 법체계상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피고 적격에 대해서도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 명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불허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법률상 실제 (처분에 대한) 권한이 있는 자가 누군지가 문제"라며 "처분 명의자를 피고로 하는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을 단순한 사인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두 직책 모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정부조직법 등에 근거한 법적 권한이 가진 기관이라는 점에서다.

압수수색 불허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쟁점이 될 수 있다.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자체를 '권한'으로 볼 여지는 적기 때문에 '권리'의 문제로 보아야 하는데, 압수수색 불허가 특검의 권리에 대한 부당 침해인지 여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 출신의 이명웅 변호사는 "법 해석에 대한 유권적 판단을 하는게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사법부가 본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검, 정치적 계산 업은 '타율 높은 노림수'

공이 사법부로 옮겨진 만큼, 법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오는 28일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법원이 기민하게 답을 내줘야 기간 내 압수수색 성사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특검의 손을 들어줘도 청와대 측의 버티기에 일정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법원이 청와대 측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특검은 법원의 기각·각하 사유를 이용해 다시 후속대응을 계획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이 '가능성 높은 노림수'를 꺼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법원이 쉬이 기각·각하 결정을 낼 수 없다는 특검의 현실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기각으로 거센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청와대 측 관계자 및 부속기관이 한 둘이 아닌 점 △특검이 혐의와 관련된 장소·물건만 특정해 책임자 입회 하에 압수수색을 집행할 예정인 점 △서울중앙지법이 특검 압수수색영장을 이미 발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행정법원이 청와대 측 반대 논리에 손을 들어준 명분은 희박하다. 사법부는 청와대 강제 수사가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심도깊은 고려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불처분 취소를 수용하면 청와대는 막다른 길에 놓이게 된다. 청와대가 이 상황에서도 압수수색을 거부할 시 청와대는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지난 2015년 8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5년 8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특검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합리적 명분없이 권력에 기반한 버티기만 하는 반면 특검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상도 여론에 각인시킬 수 있다.

특검은 소송을 끝마치기 전에 청와대가 태도를 바꿀 여지도 가늠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소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중재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측과의 사전협의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견해도 있다"며 "법원에서 영장 집행에 대해 적절한 중재나 조정의 여지도 있어 그런 점도 고려해 제3의 기간인 법원에 (취소 소송을) 신청한 것"이라 밝혔다.

"법 원칙 아냐… 한가롭게 왜 행정소송이냐" 비판도

이명웅 변호사는 특검이 법치국가의 사법 원칙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치국가원칙에서 흠결없는 권리구제수단이 필요하다"며 "규정을 놓고 서로 해석이 다를 때 '이것이 법이다' 누군가 선언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사법이라는 뜻이고 법치국가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비판도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르면 강제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야 함에도 유난히 청와대를 예외적 대상으로 대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불가능케 할 정도로 저항하는 사람은 긴급체포한다. 수색 대상 출입구가 잠겨있을 경우 검찰은 열쇠업자 등 전문가를 불러 강제로 출입구를 열기도 한다. 법원이 강제 수사를 허가한 영장을 발부받았으면 원칙에 따라 실력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화 변호사는 "특검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증거를 앞에 두고 지나치게 돌아간다. 행정소송은 한가로운 방식이 아니냐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취소소송 카드'도 가로막힐 시 특검이 취할 수 있는 후속 대응은 무엇일까.

특검은 기각·각하 상황에 대한 다른 카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각하되거나 기각될 경우 현재로선 아무리 연구해도 다른 방법이 없다. 기관 소송, 권한쟁의심판, 위헌심판도 안되고 형사소송법 상으로도 다툴 여지가 없다"면서 "현행법상으로 다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압수수색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강제 집행'도 없을 것이라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집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형사소송법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 현재로썬 우리가 그것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없고 그것이 잘못됐는지 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것"이라면서 "강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알다시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검은 법원이 사안의 긴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기민한 대응을 해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대변인은 "다음 주 중으로 변론기일이 잡히는 등" 소송이 즉각 진행될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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