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주도해 정치결사체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가 됐다.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이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 간 공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적이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반 전 총장은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하겠다는 많은 국민 여러분 따스한 조언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도와 가까이서 일해온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서는 깊은 사죄를 드린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그동안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간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보고 그들의 지도자를 본 저로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를 투신할 것을 고려했다”며 “이것이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의 대권 출마 포기 선언은 기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국민일보 1일자 신문에서 반 전 총장이 제3지대보다는 독자 세력화를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함께 뜻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제3지대 인물들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입당 가능성이 점쳐졌던 기존 정당에서조차 미적지근한 반응이 이어졌다. 반 전 총장 입국 직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던 새누리당 충청지역 의원들조차 탈당을 미루는 등 정치세력화에 사실상 실패했다. 

반 전 총장이 일부 정치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도 사실상의 대권 주자로서 지난 3주 간 여러 세력과의 연대에 실패했던 행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지지율 답보 상태를 극복하지도 못한 벼랑 끝에 몰린 형국에 처했다. 

미디어오늘이 ㈜ 에스티아이(대표 이준호)에 의뢰해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대선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두명이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라고 물은 결과 문재인 후보 56.7%, 반기문 후보 28.7%로 나왔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4.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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