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 자리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대해 공격했다. 피청구인 측은 이날 참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와 고 전 이사의 관계에 대해 ‘연인관계로 의심된다’는 부분을 자세히 캐물었고 차 전 단장은 “개인적인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은 증인 차은택에게 ‘최씨와 고 전 이사를 2014년 4~5월 경 만났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2014년 7월경 고원기획을 주식회사로 설립했고, 55%를 최씨와 그의 측근들이 차명으로 투자했고, 차은택 측이 45%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씨는 “고원기획은 광고기획도 하고 연예 엔터테인먼트도 하는 회사인데 실제로 한 건 없고, 고영태씨가 최씨와 같이 작업했던 것은 스포츠센터 건립 관련 기획서 뿐이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고 전 이사로부터 “태릉선수촌이 없어지고 앞으로 민간 스포츠센터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 측은 ‘돈 많은’ 최씨와 ‘생활이 어려웠던’ 고 전 이사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증인은 검찰에서 최순실과 고영태가 어떤관계냐는 질문에 내연관계라고 답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차씨는 “그렇게 추측이 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 측은 ‘2014년 7~8월경 청담동 한 레스토랑에 가보니까 고영태-최순실이 아침식사 하는 것을 보고 연인관계로 보인다고 진술했죠’라고 물었고, 차씨는 “네, 정상적이진 않았고 제가 느낀 것은 일반적인 상황처럼 안 보였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이 화를 내며 고영태 집에 갔는데 어떤 젊은 여자만 자고 있었다. 그 여자가 (최씨에게) 아줌마 누구냐고 했다. 최순실이 고씨 집에서 시계와 돈을 가지고 갔더니. (고영태가) 증인(차은택)에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차씨가 “네”라고 하자 "고영태와 최순실의 입장을 듣고 보니 결국 연인사이가 바람을 피다가 헤어진 것이고 그래서 내연관계로 봤다고 생각한거냐"고 물었다.

또한 박 대통령 측은 "(고영태와 차은택이) 단둘이 있을 때 (고씨가 차은택에게) 감독님 죽고싶다라고 했는데 이는 고영태가 나이가 많은 최순실과 돈 때문에 성관계해야 하는 것에 대해 고욕을 토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차씨는 “제가 이 말을 제 입으로 한 건 아니”라며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측은 ‘최순실은 56년생이고 고영태는 76년생인데 내연관계는 돈 때문이 아니었나’, ‘고영태로서는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등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차씨는 “제가 눈으로 본 건 아니”라며 “검찰에서 제가 느낀 것을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인터넷에 보면 최순실과 고영태가 2006년 혹은 2009년부터 만났다고 보는데 증인이 보기엔 언제부터 사귀었다고 보는가"라고도 질문했다. 차씨는 “사귀는 건 모르겠다”며 “2014년 (내가) 소개받았을 때 ‘전에 최순실 부탁으로 고영태가 최순실 딸 미행을 부탁받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차씨에 따르면 최씨가 딸의 행실이 좋지 않아 고영태에게 정유라 미행을 부탁했다고 한다. 차씨는 2013년 정도부터 둘이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과 정윤회가 2014년 이혼조정을 했는데 이혼하기 전부터 고영태와 내연관계였느냐’, ‘최순실과 고영태는 서로 반말을 하며 싸웠다고 진술했느냐’,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심한 말을 했느냐’ 등의 사실을 확인했다.

최순실과 고영태의 동거여부도 물었지만 차씨는 이에 대해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2016년에도 최씨와 고 전 이사에게 각종 투자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답했다. 최순실과 고영태 전 이사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묻는 것은 기존 고 전 이사의 국정농단 행위와 관련된 '폭로'가 순수치 않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사진=포커스뉴스

박 대통령 측은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해 탄핵심판을 지연하려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고영태에 대한 범죄기록을 요구하는 등 이번 국면을 초래한 고영태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고영태의 전과조회를 기각했다.

차씨는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차씨는 “(최씨에게) 특정 핸드폰이 있다”며 그 전화로 전화가 오면 회의하던 사람들을 다 나가라고 하거나 본인이 나갔다”고 말한 뒤 “조용한 사무실이라 목소리가 다 들리는데 제 느낌으로는 대통령 목소리라고 생각해서 ‘저분(최순실)이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분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최씨가 사무실에서 연설문인지, 국무회의 기록으로 아는데, 그것을 종종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증인은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하다는 점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은 안 했느냐"는 질문에 차씨는 “최순실이 저와 제 주변에는 늘 ‘욕심내지 말고 사심버리고 일하면 나중에 한번에 다 보상될 일이 있다’고 하기도 했고 그걸(관계)를 이용해 따로 (이득을 취)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자신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을 문체부 장관으로, 친인척 김상률을 교문수석으로 추천한 사항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어 관련 회의는 제가 참여하지 않았다”며 “대가를 바라고 추천한 것은 아니었고, 당시 그런 부분에 무지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추천한다는 걸 전혀 몰랐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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