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체육계 현안을 (문체부) 장관 배제하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피청구인(대통령) 측과 김 전 차관의 질의는 최순실씨와 김 전 실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김 전 차관에 따르면 그가 차관이 되기 전인 2012년부터 스포츠 에이전트 활성화는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방향이었고, 자신이 차관으로 취임한 이후 김 전 실장이 집무실에서 ‘대통령이 체육계에 관심이 많으니 각종 비리에 대해 파악한 후 척결해야한다’는 얘기를 한 것을 들었다고 한다. 이게 김 전 차관이 제일 먼저 받은 임무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은 ‘김기춘이 체육계 비리 문제는 나에게 보고하라고 했는데 이 말은 체육계 비리문제에서 문체부 장관을 배제해 비밀로 하라는 뜻이었느냐’고 묻자 김 전 차관은 “그런 뜻은 아니”라고 답했다. 대통령 측은 ‘그럼 중요하니까 알려달라고 한건가’라고 물었고 김 전차관은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역시 비밀리에 추진된 일이 아니라 대통령의 체육계 비리척결 의지를 담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 질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차관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보다 해당 부서에서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사진=포커스뉴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를 처음 만난 시점을 2014년 2월경이라고 말했다. 체육계에 대해 잘 아는 여성이 있는데 만나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개로 만났고, 당시 만남에서 김 전 차관은 최씨와 체육개혁 관련 얘기, 비리 척결 관련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체육계 비리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지원금으로 지원되는 경우 횡령도 있고, 20~30년 간 사유화해 운영하는 장기집권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차관이 대통령 관심사인 체육계 악행 척결을 위해 임명됐고, 최씨와도 이를 목적으로 만났다는 증언이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서 “(최씨가) 대통령과 연결됐다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당시 자신의 딸이 승마선수임을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긍정했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이 정유라를 알게 된 건 2014년 4월경 언론에 특혜를 받은 ‘승마공주’라는 의혹이 보도되면서라고 말했다. 당시 최씨는 상주경찰서에 승마협회 관계자들 수사를 요청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정유라 선발과정에서 문제가 없었고, 승마협회에 알아보니까 전혀 비리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기자회견을 했다”며 이 논란 이후에 정유라가 정윤회와 최순실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차관에게 정유라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승마공주 정유라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딴 선수인데 이런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나오는게 안타깝다(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정유라 같이 끼가 있고 능력이 있고 재능있는 선수를 위해(야 한다며) 영재프로그램 (얘기를) 대통령이 꺼냈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정유라는 피해를 입었던 (선수 관련) 언론보도를 예로 든거고 방점은 스포츠 인재육성에 방점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관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대통령 측은 “이제와서 보니까 그런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차관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 척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최씨 일가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대답을 유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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