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가 국세청 차장급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13일 오후 2시10분경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제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및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직권남용 혐의 관련 제3회 공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서증(법원에 제출된 문서 증거)을 실물화상기에 놓고 검증하면서 공소 이유를 설명하는 증거 조사로 진행됐다.

검찰이 류상영 전 더운트(최씨의 차명회사) 부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국가비상사태(북핵실험) 중 고위공무원 기강문제 문건’ 중 관세청 보고 부분에 ‘관세청 차장 외부 인선건’ 내용이 기재돼있다.

▲ 피고인 최순실이 1월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당시 해당 직책은 이돈현 차장이 맡고 있었다. 문건에는 “이찬기 국장이 적임자”라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실하며 (각 부처에서) 우호적”이라는 이유가 기재돼있다.

인선의 건 소제목 하단엔 “외부 인사가 타당하다. 기존 관행이 없어져야만 기존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 “기재부(기획재정부)에서 좋아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인선 추천의 이유가 적시돼있다. 검찰은 “(이찬기 국장은) 실제로 인선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문건이 류씨의 폰에서 나온 자료이기 때문이다. 류씨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최씨의 차명회사) 상무이사가 최씨에게 소개해 더블루케이 등의 사업 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후 더운트 부장으로 인선됐다.

류씨는 최씨의 하급 직원 역할을 맡기도 했다. 류씨는 ‘최순실 게이트’ 논란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던 최씨에게 언론보도 등을 일일이 보고했다. 류씨가 당시 최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으로는 “연합뉴스 이아무기 기자 이성한 사무총장 기사 건 확인 요망”, “고영태 이사,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 핵심 관련자 5~6명 출국금지” 등이 확인됐다.

류씨는 최씨의 지시에 따라 정유라씨 입학 및 학사 비리 대응 문건도 만들어 최씨에게 보고했다. ‘이화여대 총장 및 비대위께 드리는 말씀’으로 시작되는 해당 문건에는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한 어린 학생을 단두대에 올려놓은 것”, “인간적 살인행위이고 사실 아닌 내용”, “정황만 가지고 죄 없는 정유라를 활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등의 해명이 적혀있다.

더블루케이, 더운트 등 국정과 전혀 관계가 없는 소기업의 직원이었을 뿐인 류씨의 휴대전화에서는 ‘VIP와 미얀마 상공부장관 간 면담 가상 대화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서로 보이는 ‘학교 생활체육 활성화 TF 회의 개최 계획안’ 등도 발견됐다. 관세청 관련 보고 문건을 포함, 모두 류상영씨 휴대전화 멀티미디어 폴더에 저장돼있었다.

이날 서증 조사를 종합하면 최씨는 롯데그룹에 면세점 사업 선정 특혜를 주기 위해 관세청 인사에 개입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 3월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롯데그룹 대외관계담당 사장을 찾아가 "하남시 대한체육회 부지에 대형 체육시설을 짓는 데 도와달라"며 추가 자금 출연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3월15일 박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간 독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의 체육시설 설립과 관련해 70억 추가 출연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종범 전 수석을 보좌한 경제수석실의 김건훈 비서관 태블릿에는 면세점 사업 선정과 관련된 관세청 보도자료가 확인됐다. 또한 김 비서관이 작성해 안 전 수석 및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특별지시사항 이행 상황 보고’ 문건에도 면세점 사업 선정 사항이 언급됐다. 특별지시사항 이행 상황 보고 문건은 경제수석실이 “그간 대통령이 정책 사안 외 별도로 지시한 사항에 대한 추진상황 및 이행상황”을 보고한 문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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