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을 앞두고 캠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외교라인과 친이명박계 뿐 아니라 친박계 비주류 인사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주변 인사를 통해 ‘보수일색’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반기문 캠프’ 인사는 크게 친이계(비박계)·충청권·외교라인 인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기 위한 마포캠프의 인적구성을 보면 업무총괄에 김숙(前유엔대사), 지원그룹은 노신영(前총리), 한승수(前총리), 김봉현(前호주대사), 오준(前유엔대사), 김원수(前 유엔 사무차장), 유종하(前외무부장관), 정태익(前러시아대사), 새누리당 정진석(前새누리 원내대표), 성일종(국회의원), 임덕규(前의원), 오장섭(前건교부 장관/충청향우회장), 안홍준(前의원-포럼 조직), 박진(前의원), 심윤조(前의원)등이 있다.

유종하 전 외무장관은 친이계 원로로 친이계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과 같은 집안사람이다. 마포캠프에서 홍보역할을 맡은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김두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모두 친이계 인사들이고, 일각에서는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합류할 거란 얘기가 돌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해 ‘반기문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 여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12월 구테헤스 신임사무총장 취임식에서 고별인사를 하고 있다. 반 총장은 한국 국민에게도 감사를 표시했다. 사진=포커스뉴스

비박계 혹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다수 인사가 최근 창당한 바른정당에 참여하고 있고, 보수진영에서는 바른정당과 반기문의 연대를 통해 차기정권을 만들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캠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출신이지만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해 반기문-비박계 연대가 이뤄진다면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은 외무공무원 출신으로 북한인권법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다. 반 전 총장이 외교·통일 분야의 전문가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오히려 북한과 멀어지게 만든 북한인권법을 주도한 인물이 합류할 경우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오준 전 유엔대사 등 외교라인 인사도 캠프에 포함됐다. 김 전 차장은 참여정부에서 반기문 총장 만들기 프로젝트인 ‘Secretary General(사무총장) Wannabe, 일명 SG워너비’에서 투표권을 지닌 이사국들의 표심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 전 대사는 외교부 창설멤버인 오우홍 미국 초대영사의 아들로 어머니 고향이 개성이고 장인도 함경지역에서 월남한 실향민이라 평소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졌다.

안홍준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3선을 했고, 오장섭 전 의원은 14대 민주자유당-15대 신한국당-1997년 이회창 대선후보 지지-1998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입당 등을 거쳐 2002년 한나라당 입당하려다 실패한 인물로 충청권 인사다. 정진석, 박덕흠, 이종배, 경대수 성일종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도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으로 ‘반기문 후보검증’이 본격화되면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10일 반 전 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와 그의 아버지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뉴욕 검찰에 기소됐다.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주현씨에게 500만 달러를 줘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72’ 투자자 알선을 요청했고, 이 사건으로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힘들어하던 성 전 회장이 생을 마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7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3회 국회(임시회) 7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 참석한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성일종 의원은 ‘억울하게 죽은 형을 재평가하고 명예회복 하겠다’는 이유로 20대 총선에 나섰다. 죽은 맏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반기문 검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반 전 총장의 보수적 색채를 더 강화하는 인물은 더 있다. 지원그룹으로 거론된 노신영 전 총리는 1930년생으로 전두환 정권 당시 총리, 국가안전기획부장(현 국정원장), 외무부장관 등을 지낸 인사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어 한때 전두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1926년생)도 “혼신을 다해 반 총장을 돕겠다”고 한 바 있다.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 상임고문을 맡았고, 반 전 총장과 46년지기로 알려진 임덕규 전 의원도 주요 인물이다. 11대 국회(1981년)에서 국민당 의원을 지냈고, 충청권 출향 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 회장을 맡았다.

임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동성애지지 발언에 대해 “유엔 입장에선 만민이 평등하다 그런 개념이지 동성애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 말씀을 (반 전 총장이) 하셨다”(TV조선 12월12일자)고 말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할 정도로 보수적인 인사다. 그는 “다른 나라 대사들을 만나면 ‘한국 국민들은 이상하다’고 한다”며 “반 총장이 세계평화를 위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데 없던 얘기나 하고 헐뜯는 민족이냐고 비웃고 있다”고도 했다.

반기문 캠프의 성향은 보수일색이지만 구성원들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갈등이 상존하고 추동력이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교관파와 여의도파(정치인)이 나눠진 상황에서 정무감각이 부족한 외무공무원 출신 인사의 실책도 예상된다.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상황이지만 결국 반 전 총장의 사적 인연과 현 보수진영의 비주류가 모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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