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 정당팀 막내기자가 선배 기자의 폭행 이후 지난해 12월말 퇴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뉴시스 사내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퇴사한 A기자의 동기인 15기(2015년 입사자) 기자 12명은 지난 3일 “김형기 편집국장은 왜 폭력사태에 침묵하는가”라는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폭로했다. 15기 기자들에 따르면 정당팀 김아무개 차장은 지난해 12월 중순경 국회 부스 안에서 A기자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폭행하며 욕을 했다. 성명에 따르면 귀를 잡아당기거나 가슴·허벅지를 꼬집거나 신체적 약점·가정사를 언급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15기 기자들은 “김 차장의 폭언과 인격모독으로 팀을 떠난 기자도 여럿”이라고도 밝혔다.

A기자 뿐 아니라 다른 기자에게도 가혹행위가 반복됐다는 폭로도 있다. 15기 기자들은 “김 차장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팀원들에게 인격모독과 폭언을 일삼은 바 있다”고 비판했다. 다수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차장이 후배기자들을 가혹하게 통제한다는 사실은 뉴시스 기자들 뿐 아니라 타사 국회출입기자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김 차장으로 인해 많은 기자들이 팀을 떠났다. 김 차장은 후배기자들의 기사 중 작은 실수를 꼬투리 잡아 장시간 혼내거나, 급하게 써야하는 기사가 아닌데도 과도하게 닦달하는 식으로 후배들을 대했다.

A기자는 폭행 건을 언급하며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에게 퇴사의 뜻을 밝힌 뒤 지난해 12월26일 퇴사를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 지부는 3일 뒤인 29일 대의원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김 차장의 ‘노조원 자격 박탈’을 결정했고, 30일 사측에 김 차장을 징계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3일까지 사측이 답을 하지 않자 15기 기자들이 성명을 냈다.

그러자 뉴시스는 4일 김 차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고, 편집국장이 15기 기자들, 김차장 등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들었다. 인사위원회는 5일 열린다. 15기 기자들은 김 차장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 차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성명에서 상습적으로 꼬집는 등 폭행했다고 했는데 심하게 한 건 아니라 그 정도는 양해되는 수준인 줄 알았다”며 “이유가 어찌됐건 후배들이 피해를 입은 것에는 죄송하고, 노조와 편집국장에게도 폭력은 나쁜 짓이니 백번 잘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했기 때문에 징계를 감수하고 있지만 (성명 중) 머리를 때린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소하게 남자 선후배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도 있었지만 선을 넘은 것(폭행)이 문제였고, 폭행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신속성을 강조하고, 기자가 기사를 잘 써야 하는 지적엔 동의하지만 선배가 후배를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혼낼 경우 그것이 부당하더라도 후배기자들이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선배가 혼내는 과정에서 후배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아 불만이 누적되는 일은 정당팀 뿐 아니라 뉴시스 일부 다른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욕설이 용인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 차장은 “정당팀에서 욕하고 그런거야 늘 있어왔던 일이라 안일하게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뉴시스 정치부장 역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폭력은 불법행위”라며 “일을 못하면 단계적으로 징계수위가 올라가는데 (이번 사건은) 훈육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욕설에 대해선 관대했다.

염 부장은 ‘야 임마’ 정도의 욕설에도 후배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강한 ‘육두문자’를 사용하게 된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도제식 교육만 옳다는 건 아니지만 기자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폭언은 후배 기자가)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의 가혹행위의 가장 큰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욕설과 가벼운 체벌을 허용되는 조직 분위기에서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 구성원 모두는 불행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퇴사 직전까지 이 사건은 사내에서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김형기 편집국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퇴사직전에 (폭행에 대해) 파악이 전혀 안 됐다”며 (퇴사의 뜻을 밝힌 뒤 A기자와 면담에서) 얘기를 유도는 많이 했지만 야단치는 것에 대해 상처를 입었다는 건 짐작했고 퇴사하는 것이 아깝다고 만류했는데 그때도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염 부장은 “사표를 낸 원인이 99.9% 폭력자 행위에 의해 나간 건지 다른 요소가 포함돼있는지 알아봐야한다”며 “(내게)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면서도 “그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먼저 (김 차장에게)항의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안 되면 2차로 부서장에게 와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인 해결방식인데 그 단계들이 진행이 안됐다”고 말했다.

4일 4기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문제의 선배기자는 후배기자에게 폭력과 폭언을 휘둘렀으며, 조직의 성장에 위해가 되는 그릇된 행동은 수차례 해당 부장에게 보고됐다고 한다”며 “피해를 당한 후배기자가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동안에도 회사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남긴 ‘단순한 폭력보다 회사의 시스템에 실망했다’는 말은 우리 모두를 아프게 꼬집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왜 말할 수 없었을까? 15기 기자들은 “지난해 8월 후배 교육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한 선배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고, 얼마 후 (맞은) 선배는 부서를 옮겨야했지만 김 차장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가 팀이나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반복됐다. 뉴시스는 갈등이 생기면 해당 기자 두 명을 다른 부서로 떼어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편집국장이 “기자들 (촛불)집회 나가서 걸리면 가만 안 놔둔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권위적인 조직문화에서 후배기자들이 입을 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오늘은 뉴시스 정당팀 기자들에게 취재를 시도했지만 입을 여는 기자들은 없었다. 연이어 기수별 성명이 나오는 분위기에서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현재 정당팀 기자들은 A기자와 김 차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은 기사를 써내야 하는 상황이다.

뉴시스 지부는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했다고 밝혔지만, 기자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김훈기 뉴시스 지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규약에 따라 김 차장을 처벌했고, 인사위원회 회부도 (회사에) 요청하는 등 노조에서 발 빠르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시스 B기자는 “노조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며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기자들에 따르면 2014년 머니투데이가 뉴시스를 인수하면서 노조가 없는 머니투데이, 뉴스1에 비해 노조가 있는 뉴시스 기자들이 ‘강성’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머니투데이가 뉴시스를 인수한 이후 뉴시스에는 기본급이 오르는 등 성장도 있었지만 신입공채도 연봉제(현재는 호봉제, 경력직은 연봉제로 채용)를 적용하려는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대주주가 노조에 호의적이지 않은 가운데 노조의 영향력이 축소됐고, 현재 뉴시스 지부는 차기 위원장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8일까지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 일정 연차 이상의 조합원 전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뉴시스 C기자는 “대부분 (낮은 연차의) 기자들이 경력을 쌓아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며 “뉴시스는 (대다수가 이직해서) 허리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뉴시스 기자 3명이 채널A와 TV조선으로 이직했다. 

기자들의 성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A기자의 동기인 15기, 김 차장의 동기인 4기 뿐 아니라 9기(“작금의 폭행 사태에 실효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 11기(“폭언·폭행 외면하는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에 후배들은 실망했다”), 12기(“미래가 없어진 조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등 뉴시스 구성원들의 성명은 폭력사태 자체보다 갈등처리구조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12기 기자들은 “뉴시스에 미래가 남아 있는가”라고 물으며 “회사가 키워야 할 기자가 멍든 가슴을 안고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뉴시스의 시스템으로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성명을 쓴 15기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폭력의 상처를 입은 기자는 떠났지만, 남아있는 기자들에게 폭력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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