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기자간담회였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들에게 노트북을 지참하지 못하게 하고 녹음, 사진촬영도 금지됐다. 내용은 일방적인 해명에 그쳤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열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시술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가로 재단모금, 정유라 지원 등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과 달리 “국정운영에 저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외려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됐다”고 언론탓을 하기 급급했다.

가장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 이렇게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이라며 제대로 대처했다는 입장이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공영방송은 일방적인 대통령의 해명을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예고 없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면서 “관저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상황을 챙기면서 구조 지시 등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고, 많은 양의 밀렸던 기초연금 보고서 등을 읽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KBS 뉴스9 역시 “박 대통령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처음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두 보도 모두 말미에 야당의 반발을 간단하게 언급하며 기계적인 중립은 어느 정도 지켰지만 가장 중요한 ‘왜’가 빠졌다. 지상파 3사 중 SBS 8뉴스만 “박 대통령이 간담회를 자청해 반박에 나선 건 이번 주 시작되는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의혹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필요가 있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를 분석했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해 자기변론을 했다는 이야기다.

▲ 지난 1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반면 1일 JTBC 뉴스룸은 “(기자간담회가) 논리적 방어라기보다는 주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특히나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구체적인 팩트로 반박하는 대신 허위, 왜곡 오보라고 표현하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발표와 이날 기자간담회의 차이를 분석하며 ‘철학과 소신’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을 짚었다. JTBC는 “철학과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정농단 의혹 등을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면서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도 없고 탄핵의 대상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JTBC는 박 대통령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해명에 대해 △“다른 업무도 같이 봤다”며 관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이해하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지휘했는지는 이날 해명에도 나타나지 않고 △경호실 준비시간 때문에 중대본에 몇시간 동안 가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기자단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받아쓰기식 보도를 쏟아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부역자’라는 비판까지도 나온다. 이번에도 공영방송은 ‘왜’ 이런 기자간담회를 여는지 보도를 통해 묻지 않았고, 부실한 해명을 비판하지 않았다. 해야 할 질문을 하지 않고 청와대의 의도대로 받아쓰는 것. 이런 보도가 오늘날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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