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손을 댄다는 건 오래된 음모이론이다. 이 음모이론에 힘을 실어주는 기사가 또 나왔다.

연합뉴스는 25일 “네이버가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지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네이버는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는 “행정·사법 기관은 청와대, 정부부처,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법원 등을 두루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부 당국이 ‘불편한’ 키워드를 빼달라고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침은 201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네이버는 “실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연합뉴스는 “이런 조항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지난 1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1∼5월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총 1408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개 꼴이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2012년 KISO의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이라며 “실제로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을 받아 검색어 순위를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는 “네이버가 행정·사법기관으로부터 검색어 순위 삭제 압력을 받고 이를 수용한 사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사례를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에 따른 삭제’로 분류하지 않고 ‘명예훼손’이나 ‘반사회적 정보’ 등 다른 조항이 적용된 것으로 분류하는 등 방식으로 데이터를 ‘원천 관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측 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더라도 규정 자체가 포괄적이며 오해나 악용의 소지가 커 권력기관이 일반 이용자 모르게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쓰일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이날 오후 해명 자료를 내고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급검)를 인위적으로 추가하거나 제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100% 기술적 제어가 불가능해 외부에 공개한 기준(링크)에 따라 모니터링을 통해 검색어 노출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는 “공개한 기준은 내부 기준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회사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준으로 KISO의 승인을 받은 공개된 운영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공개된 기준 중 6번째 항목인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대한 것으로, 해당 규정은 법령에 따라 행정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삭제결정 (예: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처리의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하는 경우 등)을 하거나, 법원 판결문에 따라 삭제가 필요한 경우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해당 기준은 네이버 외에 다음도 동일하게 갖고 있는 기준(링크)으로, 양사 모두 외부에 이를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실제로 네이버 실급검을 지켜보며 조작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용자 분들이 항상 계신 만큼, 사용자 분들을 실망시켜 드릴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기준과 투명한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와 네이버의 해명을 종합하면 연합뉴스가 문제삼은 지침의 6번째 항목은 단순히 요청을 받아 삭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방통심의위 결정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공식적으로 삭제 명령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네이버의 해명에 힘이 실린다.

다만 그동안 개인이나 기업의 요청에 따라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연관 검색어 등을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연합뉴스의 지적과 무관하게 정부의 요청을 받아 연관 검색어 등을 수정한 사례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것도 현실이다.

다만 연합뉴스가 사례로 든 ‘건국대 성추행’이나 ‘○○분유 구더기’, ‘○○○○ 불매운동’ 등의 사례는 실시간 검색어가 아니라 연관 검색어나 자동완성 검색어의 사례다. 아직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외부 압력이 개입한 사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연합뉴스가 문제삼은 지침도 연관 검색어가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에 관한 지침이다. 이 지침이 청와대, 정부부처,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법원 등이 전화 한 통으로 실시간 검색어 삭제를 명령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보기에는 “방통심의위 결정이나 법원 판결이 있을 경우”라는 네이버의 해명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네이버는 “검색어 운영기준 6번째 항목의 표현을 보다 명확히 하기위해 23일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법령에 의거해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일부 수정하고 KISO에 수정사항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 등은 실시간 검색어 등의 조작 논란을 의식해 KISO에 위탁해 자율 심의 기준을 만들고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은 드러난 바 없으나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 검색어의 노출 기준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룸살롱’ 논란, 네이버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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