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은 저의 승계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삼성이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전부터 ‘찬성’ 결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윤석근 일성제약 대표이사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삼성물산에서 압력받으신 적 있죠?”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민연금에서) 직접적으로 압력받은 건 없고 물산에서 계속 설득을 당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이사는 “다섯 번 정도 만나서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지속적으로 말했다”며 “7월10일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를 연 날인데 그 전날도 삼성물산 관계자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제가 만약 국민연금에서 반대하면 내 찬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물었더니 연금은 다 됐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이사는 이어 “그게 찬성의 의미냐고 물었더니 (삼성물산 관계자가) 그렇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투자위를 열기 전에 합병 찬성을 결정했으며 이 결정을 삼성물산쪽에서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시진=팩트TV 화면 갈무리
삼성은 기관투자자에게도 합병 찬성 압력을 넣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삼성에서도 압력이 있었나”라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지인 네 사람 정도 전화가 와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했고 위임하지 않는다고 하니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주 전 대표 재임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기관투자자로서는 유일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주 전 대표는 이어 “1차 보고서가 나간 다음에 금춘수 한화 경영기획실장이 삼성에서 불평을 들었다며 다시는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 약속은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는 12조원인데 제일모직의 자산가치는 4000억원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자산 가치로 환산하면 합병 비율은 1 : 2.85가 된다.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 : 0.35의 비율로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8조원대의 지배력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주 전 대표는 “한화에서는 이 일에 왜 예민하게 반응을 했을까요?”라는 손 의원의 질문에는 “우리나라 재벌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같아서 누구라도 한 마디 말을 거역했을 때 확실하게 응징하면 다른 사람들이 말을 듣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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