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KBS 앵커가 앵커멘트로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이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했다고 앵커 멘트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2일 앵커 멘트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개인 휴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탄핵 참여를 요구하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의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새누리 의원들은 사생활 침해라고 항의하는 반면 이를 공개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면 감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고 발언했다.

황 앵커 멘트와 달리 표 의원은 탄핵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찬반 입장을 구분해 공개했을 뿐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 번호를 공개한 적은 없다.

▲ KBS 뉴스9 2일자 보도 온라인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5일 “애당초 취재기자가 작성하고 담당 부서장이 승인해 보낸 앵커 멘트에도 표창원 의원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며 “앵커가 맘대로 고쳐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 기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정정보도 후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 취할 것”이라며 “난 휴대전화 번호 공개한 적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온라인상에서 “앵커멘트에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는 부분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KBS 뉴스9 홈페이지에는 관련 앵커 멘트는 삭제된 리포트가 게시돼 있다.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트위터. (사진=표창원 트위터)
표 의원도 다음날 “어제 KBS 9시뉴스 오보(제가 의원들 휴대전화 번호 공개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과를 해왔다”며 “정정 공지 약속하셨다. 전 ‘의도적 허위사실 유포’만 아니면 비판적 보도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우리 노동조합의 강력한 경고가 있은 후에야 사측은 부랴부랴 정치부 기자들을 시켜 표 의원에게 사과하게 했다”고 주장한 뒤 “인터넷 뉴스사이트에선 서비스 제한과 정정 문구를 올려 더 이상의 비난 여론 확산을 막았지만 이미 KBS의 신뢰도는 크게 타격을 입은 뒤”라고 비판했다.

황 앵커는 앞서 지난 9월 국정교과서 관련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해 “역사학자가 사관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과서는 개인 저술이 아니”라며 “교과서에 이념을 넣으려고 들면 논쟁은 끝이 없고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를 두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디어오늘은 황 앵커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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