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 출연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터뷰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답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나아가 유력 대선주자로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문 전 대표의 답변은 충분하고 이해한다는 반박이 나오면서다.  

문 전 대표는 2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운명의 일주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손 앵커와 문 전 대표는 15분이 넘는 시간 동안 탄핵 이후 후속 절차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했지만 평행선을 그렸다. 

문 전 대표는 "버텨봤자 기다리는 건 탄핵이다. 파면 당해서 강제로 끌려 내려오는 것이다. 수치스러운 결과를 선택하는 것보다 스스로 물어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며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퇴진을 주장했다. 

이에 손 앵커는 문 전 대표가 즉각 퇴진보다는 명예로운 퇴진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문 전 대표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탄핵 추진을 해야 한다. 탄핵 사유가 넘쳐나기 때문에 탄핵 절차로 가게 될 경우 탄핵 결정이 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신에게 명예로운 선택(이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손 앵커는 문 전 대표의 즉각 퇴진 주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 11월28일 jtbc 뉴스룸
손 앵커는 "(문 전 대표의 주장대로) 즉각 퇴진하게 되면 벌어지는 것은 조기대선"이라며 후속 절차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전 대표는 "헌법에서 정하게 된 절차를 따르면 된다"면서도 "그래도 필요하다면 국민의 공론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심판하면 대통령 귈위시로 판단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국민 공론'이라는 이름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손 앵커는 헌법에 정해져 있다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는게 아니냐고 재차 지적하자 문 전 대표는 "그렇다. 가장 기본은 헌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들 의사를 존중해서"라고 말했다.

이에 손 앵커는 "상황이라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고, 문 전 대표는 "60일이라는 조기대선이 갑자기 닥쳐와서 각 당이 대선 준비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고, 국민이 제대로 후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민들께서 그런 의견을 표출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과 답변의 간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수초 동안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이어 손 앵커는 "이해가 잘 안된다. 조기 대선을 치뤄야 하고, 조기 대선 체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고,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물러나든 탄핵으로 가든 후속절차는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이를 넘어선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면 국민 여론이 만들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 이 단계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놓고 거기까지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하지만 손 앵커는 "즉각 퇴진이라고 말씀하셔서 (후속 조치를 물어서)한 말"이라면서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고, 이에 문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을) 오래 지속되는 것이 국정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 향후 계획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문 전 대표는 관련 질문에 "국회가 탄핵을 부결하거나, 헌재가 탄핵 소추를 기각한다면 저는 민심이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연 국회가 국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존속할 의미가 있느냐, 헌재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될 것이다. 저희는 국회든 헌재든 감히 다른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저로서는 다른 플랜B를 생각하지 않는다. 민심의 바다 속에서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터뷰는 손 앵커가 집요하게 질문을 늘어놓은 배경,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 답변의 적절성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손 앵커가 대통령 탄핵 및 퇴진 이후 국민의 불안이 커질 수 있고 이에 대한 향후 야권의 수습방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조기 대선과 관련해 질문을 했는데 문 전 대표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손 전 앵커가 이를 파고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즉각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후속 조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은 한계라는 주장과 연결된다. 

즉각 퇴진을 주장했다면 후속 대책에 대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줘야지만 지지자들을 안정시킬 수 있는데 대권주자로서 불안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조기 대선을 언급하는 순간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논란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답변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 대선을 언급하면 자신의 출마와 관련된 얘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탄핵 국면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인 답변을 강경하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손 앵커가 조기 대선 등 플랜B에 대한 대선주자의 구체적인 계획을 캐물었다면 ‘정치인’ 문 전 대표는 대권 욕심으로 비칠 수 있는 조기 대선 의견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국민여론에 따르겠다고 답변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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