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이름 석 자를 처음으로 꺼내 ‘박근혜 게이트’의 빗장을 연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는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자르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이들에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언론한마당’에서 이처럼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이름 석 자를 처음으로 꺼내 ‘박근혜 게이트’의 빗장을 연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는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언론한마당’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최 수석과 김 장관의 사표를 두고 수리도, 반려도 하지 않고 있어 알 만한 인사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 감당할 수 있는 걸 요구해야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김 장관과 최 수석에게 김수남 검찰총장을 자르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 얼마나 단세포적이고 유아적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또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SK와 롯데를 압수수색할 때 범죄 혐의를 ‘뇌물죄’로 적시하며 박 대통령을 사실상 뇌물죄 피의자로 판단했다.

김 기자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못박고 공소장을 만들어 기소한 건 나름 큰 성과”라면서도 “한겨레가 ‘최순실’ 이름 석 자를 처음 공개했던 게 지난 9월이었다. 검찰은 두 달 이상 여론에 밀리고 밀려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이름 석 자를 처음으로 꺼내 ‘박근혜 게이트’의 빗장을 연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는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언론한마당’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기자는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헌정 질서를 수호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생존을 하려는 데 있다”며 “검찰이 이 정도라도 수사하는 걸 인정해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정치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촛불이 대통령을 끌어내는 데 그치지 말고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기자가 이끈 한겨레 특별취재팀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는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는 ‘제26회 민주언론상’ 등 각종 언론상을 휩쓸고 있다.

▲ 김기만 단국대 초빙교수(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는 26일 오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무너뜨린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처럼 김 기자와 한겨레 취재팀은 역사를 바꾼 이들”이라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들에 시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기자는 “한겨레는 1987년 6월 항쟁의 자랑스러운 자식”이라며 “한 세대가 지난 지금 6월 항쟁 못지 않는 폼나는 항쟁이 2016년 11월, 12월 계속되고 있다. 한겨레가 다시 한 번 30년 전의 정신과 기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기만 단국대 초빙교수(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무너뜨린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처럼 김 기자와 한겨레 취재팀은 역사를 바꾼 이들”이라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들에 시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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