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주치의'로 지목된 김상만 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를 받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폭로됐다. 김상만 전 원장은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입국하기 전 차움병원 모 의사에게 최순실씨의 공황장애 진단서를 발급해달라는 요청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병우 씨였다. 

해당 녹취록은 차움병원 관계자와 제3의 인물 A씨와의 통화 내역이 담겼으며, 통화 당사자들은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자금세탁으로 처벌받는 것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호 아래 병을 이유로 법망을 피해나가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상만 전 원장의 행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김상만 전 원장을 비롯해 김영재, 서창석 3명에 대한 검찰 수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입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윤소하 정의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이날 윤소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은 3건이다. 먼저 녹취록 1에서 차병원 관계자는 “JTBC에서 김상만이 최순실을 진료하면서 차트에다가 청, 안(각각 청와대와 안가를 지칭) 표시를 쓴 것(처방전)을 화면에 내보낸 게 있다”며 “김상만이가 전화를 해서 강남 경찰서에 고발하려고 한다. 민정수석실에서 그렇게 하라고 오더를 받았다. ‘JTBC를 고발해라’고 했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차병원이 JTBC를 고발하려던 차였다며 김상만 전 원장의 말을 듣고 JTBC를 함께 고발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김상만이가 차병원으로 전화했을 때 녹음을 못한 것이 한”이라고 말하자 통화 상대방인 A씨는 “그 전화를 들은 교수는 다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JTBC는 지난 15일 최순실씨의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상만 전 원장이 차움 병원에서 진료기록에 청와대와 안가가 표시된 진료 차트를 공개했다. 차병원 관계자와 A씨의 통화는 이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윤소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2에서는 김상만 전 원장이 민정수석실의 지시를 받고 최순실씨의 귀국에 관여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차병원 관계자는 A씨와의 통화에서 최씨가 독일에서 입국하기 전 김상만 전 원장이 차움 모 의사에게 전화해 최씨를 위한 공황장애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부탁했으나 해당 의사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차병원 관계자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상만 전 원장이 최순실씨용 진단서를 요구한 시점은 김상만 전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주치의로 활동할 때였고 국정농단 핵심 인물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국내 입국 요청이 빈발할 때였다.

A씨는 “정신병으로 해서 빼 내려고”라고 답한다. 차병원 관계자는 “전화 받은 의사가 진단서 발급을 거부한 다음날 최순실이 (국내에) 왔다”며 “(김상만은) 최순실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전화한거다. 그러니까 최순실이 독일에서 잡히면 무기징역이니까, 자금세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 말을 받아 “독일에서 잡히면 힘들어지니까 우병우하고 관련자들이 보호를 해주니까. 들어와서 그 진단서로 빠져 나오려고 했던거야”라고 맞장구를 친다. 차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진단서를 안 끊어 줬는데 최순실이 들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생각해보니까 김상만이 민정에서 사주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제 최순실씨는 10월27일 세계일보 인터뷰 당시 귀국할 뜻이 없다는 뉘앙스로 말했으나 사흘 후인 30일 급작스럽게 귀국하면서 그 배경에 의혹이 모아진 바 있다.

▲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25일 공개한 차병원 관계자의 통화 녹취록 1 갈무리.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 초 최순실씨의 갑작스러운 귀국의 이유가 독일 사법 당국이 최씨의 자금세탁 여부를 조사했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입국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윤소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상만 전 원장이 차병원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끌고 들어가려 하며, 그것이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통화 녹취록 3을 보면 차병원 관계자는 “김영재를 보호하려고 김상만이가 자꾸 차병원을 끌고 들어가는 거다. 내 느낌에는”, “김영재를 보호해주고 있는거다. 그러면서 우리한테 특혜를 줬다는 둥, 우리는 특혜 받은 게 없다. 지금 차병원을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김영재하고 박 대통령하고 말 못한 이야기가 있구만. 김영재가 입을 열면 머리 아픈 이야기가 있다”고 대꾸했다.

김영재 원장은 자신의 진료 과목이 없었음에도 서울대 외래교수에 위촉되고 청와대 경제 사절단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또 청와대에 비호를 받아 자회사 화장품을 납품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김영재 원장이 진료가 없는 수요일에도 프로포폴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수요일에는 휴일이라 골프를 즐겼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소하 의원은 “최순실을 고리로 김상만 김영재 서창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연결된다”며 검찰이 김상만 전 원장의 대리처방 의혹에 더해 김영재, 서창석 원장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것과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는 차움병원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윤소하 의원은 이어 “청와대와 민정수석실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개입돼 있었는지 무엇을 노리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그것이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