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의 트랙터 서울 상경 시위를 막고 나서면서 충돌이 예상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주최한 트랙터 상경 시위는 '전봉준 투쟁단' 이름으로 지난 15일부터 진행됐다. 전봉준 투쟁단은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동서 두 방향으로 트랙터와 트럭 등을 몰고 올라왔다. 그리고 25일 경기도 안성 등 부근에서 트랙터와 트럭 2000여대를 총집결해 서울로 상경할 예정이다. 이어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모여 농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경찰은 농민대회 집회를 집회법 12조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규정을 들어 24일 금지를 통고했다. 전농에 이에 대해 "도로변도 아닌 세종공원에서 열리는 집회마저 금지하는 것은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었던 헌법 유린행위로써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투쟁을 통해 신성한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전농은 법원에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를 효력 정지 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경찰은 교통 소통 흐름을 방해하고 혼란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해 상경 시위를 막을 방침이고 전봉준 투쟁단도 상경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지난 10월 5일 농민들이 쌀 포대를 실은 트력 20여대를 한남대교 앞에서 막아서면서 충돌을 빚었다. 당시에도 농민들은 교통 흐름에 방해가 없고, 막을 근거가 없다며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교통 소통 제한을 근거로 막아서면서 농민 9명을 연행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전농은 이번 상경시위도 지난 15일 교통 흐름 방해없이 질서있게 진행됐다면서 "불법적 집회방해 행위에 농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우리는 계획대로 농기계를 앞세우고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 부근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고, 나아가 경기도 안성 등 트랙터와 트럭 등이 모인 각 지역에서 상경 시위를 막고 나섰다. 

트랙터 10여대와 트럭 20여대가 모여있는 경기도 안성종합운동장에서는 농민들이 오전 11시 50분경 서울로 출발하려고 하자 경찰은 차량을 이용해 막아나섰다.

경찰은 3~4명씩 짝을 이뤄 트랙터를 막고, 경찰 개인 차량까지 동원해 안성 종합운동장 입구 4차선 도로를 막아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각 집결지인 경기도 부근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 막을 계획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고속도로 진입 방면에 경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농민들은 쌀값 폭락 무대책, 백남기 농민 사건,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분노가 최정점에 달한 상황이다. 전봉준 투쟁단의 상경시위도 정부가 무시해온 농민들의 분노를 한데 모아 표출하겠다는 취지로 계획했다. 

특히 40킬로 벼 한가마니에 3만 3천원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쌀값이 30년 전으로 돌아갔는데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전농의 주장이다.

전농은 쌀 전면개방 이후에 수입쌀 관리 대책과 재고대책을 요구했고 최소한 수확기인 9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벼 갈아엎기 등을 포함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안성종합운동장 앞에서 만난 김영호 전농 의장은 "트랙터는 썩은 땅을 갚아엎어 새씨앗을 뿌리는 농기구다. 농민들이 쟁기로 깊게 땅을 갚아엎는 심정으로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농민과 노동자의 피를 빨아서 일방적으로 양보하라고 하면서 청와대는 뒷골목에서 재벌과 협잡해 나라를 나눠먹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의장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권력의 폐부를 보는 순간, 대통령 한 사람을 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중병이 든 한국사회를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존립 자체가 힘들다. 재벌, 그리고 유착된 언론 등 세력들을 우리 역사에서 물러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의장은 "동학농민혁명도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농민을 탄압한 역사가 1~2년이 아니라 해방 이후 70년, 아니 120년이 됐다. 한국사회 지배구조를 갈아엎어야 한다"며 "조병갑이 농민의 고혈을 짠 것처럼 현재 쌀값은 개사료보다 못한다. 농민들이 말라 죽어간다.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소박한 요구다. 우리 국민들이 항쟁을 통해 바로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의장은 경찰 상경 시위 금지 방침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대로 평화롭게 올라갈 것이다. 물리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천리길을 잘 왔던 것처럼 경찰이 잘 안내를 해주면 된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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