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계의 반격이 시작된 날이다. 민간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그리고 그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 있는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지난달 24일 JTBC 보도로 실체가 드러났을 때 바짝 엎드려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통해 분명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이 참고인 조사를 요청하자 그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는 당장 검찰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은 서면조사가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16일 검찰 수사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에 엘시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렸을 때 모습이 사라졌던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은 16일에야 나타나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다가 비박계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호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합의된 특검법도 막아서고 있고 김진태 의원은 국민들의 분노의 촛불을 향해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다.



버티기에 들어간 친박계는 무슨 생각일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엘시티 수사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가릴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추측도 나오고, 어차피 최악의 경로가 탄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후 국면을 대비하는 행위라는 추측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평화롭고 질서를 유지한 12일 ‘100만 촛불집회’를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비박계는 12일 촛불집회 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박계가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심지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역시 14일자 신문에 ‘탄핵’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은 ‘하야’는 이번 사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탄핵에 돌입하면 일단 가결이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모아도 170여표 정도다. 새누리당에서 30표가 더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비박계가 탄핵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더라도 이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탄핵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이 탄핵에 찬성해야 하는데, 통합진보당 해산을 가결시킨 헌재인 만큼, 헌재의 법과 원칙을 온전히 신뢰하기도 어렵다. 설령 헌재에서도 탄핵을 통과시킨다 해도 그 시간은 최장 1년 가까이 이어지며, 그때가 되면 이미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날 시점이다.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그 ‘시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고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면 여당의 참패는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탄핵으로 시간을 벌고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그음으로서 집을 나간 지지자들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미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따르면) 132만의 국민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국을 놓고 다양한 꼼수와 정치적 계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사실 그동안 이 정국을 이끈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국회는 최초 이 사태가 불거졌을 때 박근혜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내각 구성을 주문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살 수 있는 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5일 20만 촛불과 지난 12일 132만 촛불은 야당을 대통령 퇴진 대열로 이끌었고, 새누리당 의원의 입에서 어쨌든 ‘탄핵’이란 말을 언급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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