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9분 동안 이어진 ‘낭독’은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만 부추겼다.

대통령의 해명이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사태를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야당에서 “개인의 반성문 수준”, “세번째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등 분노한 민심에 또다시 기름을 부은 꼴이다.

말이 자꾸만 화를 부르는 상황은 기자 질문을 대통령이 받지 않는 것과도 큰 연관이 있다. 국민이 궁금한 부분을 대신해 기자가 질문하지 못하다 보니 각종 의혹과 음모론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9분간 ‘낭독’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과 마주했다. 마이크를 차지 않은 박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사진=SBS 영상 화면)
앞줄에 앉아있던 청와대 기자들은 움찔하며 돌발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으나 대통령의 입만 바라봤다. 다가오는 대통령에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없었다.

중앙일보는 “첫번째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의식해서 기자들에게도 사과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며 “또 평소 해외 순방 등의 공식 일정을 취재하면서 친분이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별도의 미안함을 표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석과 무관하게 청와대 기자단의 침묵은 ‘동업자’들이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질문 여부와 그 내용을 청와대와 사전 조율해 진행하는 청와대 출입 기자단의 시스템은 침묵과 받아쓰기만 남겼다.

KBS 기자 출신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질문 하나도 못하고 대통령이 다가오니 일어서려 쭈뼛쭈뼛”하며 “언론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최대 부역자들”이라고 개탄했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오늘만큼은 아무리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질문 안 받습니다’ 하고 기자단이 OK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눈 앞에 나와서 이런 담화문을 하면 기자들이 질문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정국에서 대통령에게 질문한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물리적으로 막기까지야 하겠는가”라며 “무엇보다 ‘아 여기서 질문을 한 번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을 했을 법한 기자들이 그 자리에 별로 없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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