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최순실을 죽일 사람인 냥 만들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가능했던 것은 새누리당의 풍토다. 친박은 문제의 당사자로서, 비박은 목을 걸고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창당 공동준비위원장은 1일 서울 종로구 당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새누리당은 지금 자기들이 뭘 잘못한 건지 모르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해체와 재창당을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 특임 장관 등을 두루 거치며 ‘MB의 남자’로 불렸던 이재오 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했다. “이번이 마지막 의원직”이라고 했던 호소도 외면됐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친박계의 공천 전횡에 맞섰으나 이재오 위원장(서울 은평을)과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를 내지 않는 선에서 그쳤다. 이재오 위원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29.5%를 얻어 2위로 낙선했다.

▲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창당 공동준비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재오 위원장은 “나는 국회의원 자리에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그때그때 할 말은 다 했다”며 “그랬더니 공천을 못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공천도 안주고 친박 후보를 무소속으로 내보냈다. 그 후보는 선거 내내 ‘박근혜의 아들이다.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거니까 뽑아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여전히 친박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지만 비판 방향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감싸기만 했던 친박의 패권적 행태였다. 이재오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재오는 제낀다(낙천 시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며 “소문엔 박근혜 대통령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리스트를 최순실이 짰는데 친박계가 같이 작업했을 거다. 청와대가 최순실과 명단을 공유했다고 봐야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최순실이야 먹고 하는 일이 사람 가져다 심고 쳐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설사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으면 날뛰는 최순실에게 ‘가만 있어라, 정치에 나서지 말고 사업이나 하고 돈이나 벌어라’고 딱 잘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동안 “이게 나라냐”라며 자주 허탈감을 표시한 이재오 위원장은 “탄핵이라는 국민들의 민주적인 요구가 있지만 정치권은 거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며 “개헌을 통해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첫 번째로 대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하고 당선된 후 개헌안을 마련해 2020년 총선 때 총·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법을 제안했다. 혹은 현재 개헌 요구를 기폭제로 개헌안을 만들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후자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가 통과되는 동시에 대통령을 사퇴하고 국회의원도 사퇴해야 한다, 이후 내각이 선거 관리를 하면서 연말 대선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법도 있다”며 “실질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고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교체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위원장은 “개헌을 위해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하는 것”이라며 “내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에 나설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늘푸른한국당은 지난달 28일 대전시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12월8일까지 시도당 창당 작업을 끝내고 내년 1월11일 늘푸른한국당 중앙당 창당을 통해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내년 4월 재보선에서 지역구 2명 당선시킨 후 대선 국면에서 개헌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나.

“지난달 28일 대전시당 창당대회가 있었다. 첫 시도당 창당했는데 좋았다. 정당 성격이 기존 정치인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민초가 중심이 되는 서민 대중정당형태다. 우리는 신나고 재밌는데 기성 정치인 눈으로 보면 ‘되겠나’ 싶을 거다. 남이 보는 게 아니라 우리 내부 동력이 중요하다. 외부 시선이 중요한 당에서 20년 간 국회의원을 해봤는데, 그 당에서 이번 최순실 사건 같은 게 생긴 것 아닌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어떻게 보나.

“언론에서는 최순실을 죽일 사람 만들고 있다. 그게 맞지만 정치적 배경과 환경을 보면 사실 정치권, 새누리당이 책임을 져야한다. 왜 ‘아니오’ 소리를 못했나. 조선왕조 500년 왕이 엉망이라도 충신이 목을 내놓고 충언을 하면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권 5년 동안 정권을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도록 여당이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여당에서는 청와대 종노릇만 했다. 새누리당이 책임 져야한다. 아직까지 당 해체안하고 책임지지도 않고 누구보고 책임을 지라고 하나.”

-새누리당에는 친박과 비박이 있는데 누가 더 책임이 큰가.

“그 사람들(국정 농단의 당사자) 책임은 말 안 해도 질 거고. 촛불시위에서 곧 새누리당 해체하라, 책임져라 요구가 나올 거다. 친박은 당사자로서 책임이 있고 비박은 정치적 몫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비박은 직을 걸로, 옛날 말로 하면 목을 걸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창당 공동준비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1일 페이스북에 친박 10명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탈당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는데, 그 10명은 누구를 지목하나.

“당을 망치고 박근혜도 망친 사람이다.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 힘을 박근혜 대통령을 제대로 통제하는데 쓰지 않고 권력 유지를 위해서 무조건 종노릇만 한 사람들이 있다. 당에 가서 물어보면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동시에 탈당하라고 한 핵심 10명이 누구냐’고 하면 국회의원들은 대번에 알아 들을 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씨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최순실을 친박이라면 다 알고 있었지 모르겠나. 당연히 알겠지만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게 비박이라 모두 죄가 있다. 다 내쳐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정당 지원금을 준다. 국민은 당을 감시·감독할 권한이 있다. 잘못하면 해체하라고 할 권한도 있다.”

-국회의원 당시에 최순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

“우리는 2007년 MB 경선 때부터 최태민·최순실·박근혜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이 있을 거라고 경고한 거다. 관련 정보 수집은 다 했지만 지금에야 말하면 ‘대통령의 국정개입’ 사건이지만 당시에는 사적인 관계로 사생활이라 다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 ‘이럴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수준 밖에는 못했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선 ‘박근혜 CD’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박근혜 CD’가 있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 자료 조사를 해 놓은 거였다. 지금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 최태민 부인이 6명인데 이 관계자들이 다 살아있다. 관련자가 살아 있는데 비밀이 숨겨지겠나. 지금이야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위세에 눌려서 불거지지 않아서 그렇지 위세가 무너지면 불거지는 건 순식간이다.”

-경선 당시에도 정윤회 비선팀 논란이 있지 않나.

“경선 때도 실제적으로 경선은 정윤회팀(최순실씨 전 남편)이 삼성동팀을 꾸리고 있었다. 그때 우리 캠프에서 당은 허깨비고 실제로 작업하는 것은 비선팀이 한 걸로 봤다. 그때 여론이 그랬다. 그 힘든 경선을 치러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옆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 경선했던 유승민이나 대통령 선거 했던 김무성, 진영. 다 떠난 거 아닌가. 이들은 공적인 관계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공조직을 포맷만 놔두고 결국 최순실이라는 사조직을 통해 운영했다고 하니까. 공조직 팀은 죽어라고 일하는데 신뢰 받지 못하니까 사람들이 그만 둘 수밖에 없지 않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왜 최순실씨와 비선에 의존했다고 보나. 정부 조직이 그렇게 돌아갈 수 있나.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주술적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그 다음을 이해시킬 말이 없으니까. 우리가 흔히 하다하다 안되면 ‘하늘의 뜻’이라는 말을 하는데 최태민-최순실-박근혜 연결고리를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종교적, 아니 종교도 아니고 무속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도 최순실씨에게 농락당했다는 말인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가렸어야 한다. 늘품체조 시연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비선이 일정을 짠 대로 움직인 거고 비선은 그 힘을 이용해 정부 예산을 빼돌렸다. 그 책임의 주범은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둔 것은 새누리당이다. 대통령 탈당은 당연한 거지만 새누리당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해체해야한다.”

-최순실씨가 검찰에 소환된 장면은 봤나.

“지방갔다가 늦게 서울 와서 뉴스를 통해 늦게 접했다. 그런데 취재진이 몰리고 해서 아수라장이 따로 없더라. 이게 나라냐 싶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하면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친이계라고 하는데.

“어떻게 친이계가 되나. (친박) 최경환 의원의 고등학교 대구고 선후배로 알고 있다. 최경환 의원이 추천했다는 소문이 있더라. 최경환 의원은 끝내 실세를 안 놓으려고 민정수석에 대구고 동문을 앉힌거다. 친이계하고 연관은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지내셨고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내각이나 주변에서 대통령이 비선과 연락한다는 걸 모를 수 있나.

“그럴 수는 없다. 공적인 자리에서 공적으로 보좌하고 논의했던 거다. 이게 정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최순실 말을 듣고 하려면 하다못해 제2부속실장이라도 시켜 공직을 맡겼어야 한다. 아니면 총무수석이나. 문화·체육계 들어먹고 싶었으면 문체부 장관이라도 시키든지. 청문회 통과 해서 가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처럼 청문회 통과 안돼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비선은 아니게 된다. 공직에 나와야 잘못한 게 있으면 공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뭐 잡아가기 전에는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놨다니 참 기가 막히다.”

-선거 때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재오는 제낀다’(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 청와대 정무팀에서 그랬는데 최순실 작품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제끼면 대안이 없었다. 막판에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도 김무성 전 대표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고 공천을 안줬던 거다. 그걸로 끝나면 됐는데 친박 무소속을 지역으로 보냈다. 그 친구는 선거 내내 ‘박근혜의 정치적 아들이다. 당선되면 대통령을 돕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새누리당 친박표가 그쪽으로 쏠리는 거다. 새누리당 친박은 결국 그렇게 장난해서 나를 떨어뜨렸다.”

-공천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나.

“소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반대했던 사람들 리스트를 다 최순실씨가 쪼개서 작업했다고 했다. 그 작업을 친박이 같이했다고 한다. 최순실 혼자는 무리다. 작업한 명단을 청와대가 가지고 있었고 청와대가 명단을 최순실과 공유했다.”

-최순실씨는 이미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예산을 좌지우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사람은 먹고 하는 일이 사람 가져다 심는 거, 쳐 내는 거다. 24시간 그 일만 했던 사람이다. 자기가 땀 흘려 돈을 벌고 월급을 타 본적이 없다. 지금 재산을 어떻게 해서 벌었나. 그 재산이 다 불로소득 아닌가. 아버지 최태민 때부터 권력에 의해서 불려 놓은 거 아닌가. 그거 말고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 국정을 농단한 정도가 아니라 최순실이 그렇게 하도록 방조한 게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차적 책임을 져야한다.”

-결국은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된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정신이 제대로 박혔으면 최순실이 날뛸 때 ‘가만히 있어라, 나서지 마라. 정치는 관계하지 말고 사업이나 하고 네 돈이나 벌어라’라고 딱 잘라 말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안보였다. 나만해도 국회의원 20년을 하면서 살아있는 동생 한 명에게 가혹할 정도로 감시·감독했다. 동생에겐 애초부터 ‘내가 국회의원 하는 동안 동생게게 자전거만 타라’고 했다. 공인이라면 그 정도 주변 관리는 해야 한다. 나는 20년간 국회의원이니 정부 실세니 하는 말은 들어도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없다.”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는데 늘푸른한국당과 합쳐지나.

“새누리당이 해체하면 그대로 복원하는 건 안 된다. 완전히 새롭게 해체해 새 집을 지어야 한다. 나는 늘푸른한국당을 할 거고 나와 맞는 중도보수적인 사람은 오겠지만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사람들은 새누리당 쪽에 남을 거다. 야당도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분화되듯이 보수도 분화돼야 한다. 보수를 독점하다보니 새누리당이 부패하는 거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양당 체제로 가고 4당 체제를 형성해 연립정부 형태로 가야한다. 그러면 대통령이 되려고 각 당이 싸울 필요도 없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하니까 외교·국방 권한을 갖고 내치는 4개 정당이 연정을 하면서 운영해가면 된다. 개헌을 통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을 제안했는데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내건 개헌은 사기다. 지금 정치적으로 몰려서 개헌을 하자는 것 아닌가. 개헌 의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개헌하자고 했을 때 블랙홀이니 뭐니 개헌 이야기를 입에서 꺼내지도 못하게 하진 않았을 거다. 김무성 전 대표가 중국에 가서 개헌 한마디 했다가 다음날 바로 반대해놓고 지금 와서 국면 전환용으로 내놓은 개헌이라는 걸 모르나. 친박과 청와대는 개헌하자고 하면 안 된다. 청와대 자기네가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정치를 한심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늘푸른한국당의 헌법개정안 시안.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어떤 안을 마련한 건가.

“처음 공개하는 건데 지난 28일 늘푸른한국당의 헌법개정안 시안이 나왔다.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헌법 제1조인데 우리는 ‘정의와 공평과 약자의 복지를 가치평가 기준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은 당연하고 민주공화국 성격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기본권 주체를 ‘국적을 가진 국민’이 아니라 ‘모든 인간’으로 바꿨다. 굉장히 진보적인 헌법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개헌 주장이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겠나.

“국민들이야 당연히 탄핵을 말할 수밖에 없다. TV 뉴스를 보면 탄핵 하자는 말이 안할 수 있나. 이게 나라인가, 정부인가. 당연히 나오는 말일 수 있는데 그건 국민들의 민주적인 요구이고 정치권에서는 거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 지금 이런 틀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나왔으니까 개헌을 빨리 하자고 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서 나라를 다시 꾸릴 작업을 해야 한다.”

-개헌을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기 짧아지는 건 아닌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나.

“개헌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현 정부에서 개헌을 하지 않으면 대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하는 거다. 당선이 되면 개헌 작업을 해서 2020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함께 선출하는 방식이다. 늘푸른한국당이 우선 추진하는 안이다. 두 번째는 오늘 처음 이야기하는 데 최순실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방식이다. 여야와 정치권이 모두 합의를 해야하는데 개헌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임기를 끝내는 거고 국회의원도 총 사퇴하고 바로 내각이 선거 관리를 맡아서 내년 12월 대선 때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 된다.”

-두번째 안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모두 줄어드는 데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두번째 안을 지금 꺼내놓는 이유는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국회의원도 똑같은 사람들이고 사정을 봐 줄 때가 아니지 않나. 최순실 사태 국면을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리하는 것은 이 길밖에 없다. 거국 내각이 아니라 최순실 등 비선 처리를 사법부에 넘기고 국회는 빨리 이 국면을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정치적인 리스크 없이 대통령 임기를 중단시키고 교체할 방법은 개헌이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임기가 10개월 즈음인데 국회의원들이 동의할 수 있겠나.

“야당이 지금 헤매고 있다. 거국내각도 여당이 받으면서 스텝이 꼬이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육개월만 맡겨 놓으면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선거구제 개편하고 다당제 만들어서 연립정부 구성하는 안이다. 국회의원들이 사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요구해야한다.(그는 구호를 외치듯 팔을 들어 올리며 강조했다.) 박근혜가 책임지고 대통령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정치권도 절반의 책임이 있으니 국회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 국회의원이 나쁜 사람이다.”

-헌법 개정은 언제부터 구상했나.

“15대 국회의원 시작 때부터 이런 행정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중심제는 이명박 정부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야당은 4년 내내 싸운다. 이런 갈등으로 없어지는 돈이 1년 300조가 넘는다. 한 10년 동안 여러 헌법을 공부하고 개헌안을 만들었다. 분권형 개헌을 주장한 것은 대한민국이 분단 국가라는 현실을 반영한거다. 외교·통일·국방 문제는 잘한다면 일관성 있게 4년 중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내각은 다당제 연립정부 형태로 꾸려나가면 된다. 이걸하기 위해서 내가 당을 만든거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면 공동대표가 총리를 하거나 대통령에 도전하려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요즘 아침마다 일어나면 기도를 한다. 내 기도 첫 번째가 뭐냐하면 ‘사심을 버리게 해달라’다. 털끝 만큼도 바늘 끝 만큼도 사심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다. 나는 64년 한일회담 반대 때부터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쳤고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번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탄압에 좌절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부패에 연루되지도 았았고 국회의원 하기 전 그 집에서 여전히 그대로 살고 있다. 정말 나라가 이렇게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청사진을 말로만 만들지 말아야지 해서 나온게 개헌이다. 그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권력이 있었는데 왜 못했나.

“대통령 중심제는 이명박 정부를 끝으로 하고 개헌을 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기를 쓰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 엉뚱하게 세종시 이전안을 두고 낭패 쳐놨지. 개헌의 개자도 못 꺼내게 했다. 야당 대표인 손학규 전 대표도 팔팔 뛰었다. 다들 자기가 다 대통령이 된 줄 알고 그러는데 어떻게 개헌을 하나.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2가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친박이 반대하면 할 수가 없는 거였다.”

-늘푸른한국당이 할 수 있나. 내년 대선 때 개헌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늘푸른한국당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지역구 2석을 당선시킬거다. 최소 2석을 우리 당 이름으로 당선시켜야 한다. 다른 당에서 영입한다고 하면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 내년 1월 대통령 후보 새로운 사람으로 내놓을 거다. 물론 우리 주장과 동일해야한다. 개헌에 동의하고 대통령을 2년만 하겠다는 조건과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 2~3명이 있다.”

▲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최소 2명은 지역구에서 당선시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는 이재오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친박 실세 10명… 
서청원·최경환·윤상현·이정현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위기마다 적극 엄호…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했던 친박 지도부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친이계로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한 후 창당을 준비중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핵심 친박 실세 10명”이 청와대 종노릇을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탈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친박 실세 10명의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다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의 친박 핵심실세라면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과 이정현 대표 등이 꼽힌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운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 2014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친박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의리’로 얽힌 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경제를 담당했다. 정부 등 인사에서 최경환 의원 인사로 꼽히는 이들이 다수 기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등 실세로 활동했다. 최근 임명된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는 고등학교 동문이다. 지난 4월 총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을 언급하며 ‘진박 감별사’로 활동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 막후에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막말을 퍼부은데 이어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출마 예정인 친이계 후보를 찍어 내기 위해 압박한 정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윤상현 의원은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현 대표는 앞선 친박계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으로 친박계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꾸준히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대변인 역할을 자처해 ‘대변인격’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두루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 실세로 활동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친박계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뜻을 접고 이정현 대표에게 힘을 몰아줬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 공천 국면 당시 ‘배신의 정치’ 유승민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날리며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했다.

이밖에도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과 김태흠 의원 등도 친박계 실세로 꼽힌다. 이들은 새누리당 2~3선 의원으로 강성 친박, 돌격대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임기 초반 초·재선의 패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경우 적극 해명하고 방어했다. 당내 비박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으며 당 내에서도 친박 해결사 역할을 했다.

초선 중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 그룹이 다수 국회에 입성했다. 청와대 참모와 정부 내각에서 활동했던 정종섭·곽대훈·유민봉·추경호·윤재옥 의원 등이 꼽힌다. 친박 핵심들은 지난 총선 당시 이들 선거 유세를 지원하며 ‘진박’임을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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