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이 ‘최순실 낙종’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공영방송 고위 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관련 보도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까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TBC‧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실시간 특종으로 주도하고 있는 데 반해,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3사에서는 이 사안에 침묵을 지켰던 보도책임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31일 오후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참석해 “일찍이 싹을 알아보지 못하고 보도책임자로서 낙종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데 할 말이 없다”며 “경과가 어떻든 어떤 이유를 대든 보도책임자로서 제 책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보도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 있느냐”는 노측 질문에 대해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본부장은 공방위에서 노측에 밝힌 ‘사퇴’ 의사를 즉각 행동으로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구 보도국장)도 즉각 사퇴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이번 보도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은 통합뉴스룸 국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를 통해 ‘최순실’ 이름 석 자가 거론되던 지난 9월20일, 정 국장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최순실 게이트’ 취재 건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보도본부장조차 책임을 느끼고 사퇴할 뜻을 밝혔는데, 국장이 ‘자리’에 연연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뻔뻔함인가”라며 “고대영 KBS 사장도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김 본부장은 물론 정 국장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고 즉각 보직에서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를 통해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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