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 지부가 최근 국민일보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소극적인 면피성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국민일보 신문 1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게 사전에 대통령 연설문이 유출됐다는 보도가 실리지 않았다. 24일 JTBC 보도로 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이 큰 파문을 일으킨 후였다. 해당 사안은 25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로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해 중앙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 등이 해당 사안을 1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2면 전체를 털어 이 문제를 다뤘다. 

국민일보 25일자 6면.
하지만 국민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6면 하단에 2단 기사로 1건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6면 기사와 논설실장 칼럼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에 비해서도 비중 없는 편집이었다. 이에 국민일보 노조는 이날 ‘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이 부끄럽다’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현직 대통령의 극비 연설문 등 국정 운영 자료가 비선 실세에게 사전에 수시로 전달됐다는 전대미문의 보도로 대한민국이 요동치는 아침, 우리 신문에서는 그 뉴스를 6면 하단에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며 “24일 야근 편집국 회의 때 이 사안이 보고가 됐음에도 이를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5일 아침 신문은 그동안 누적됐던 편집국장의 뉴스 판단 미스, 지나친 자기 검열, 이로 인해 편집국 전체에 만연한 피로감과 안일한 분위기가 빚어낸 인재”라며 “24일 밤 이 기사 처리를 둘러싸고 보여준 편집국 수뇌부들의 행태는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였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일보 편집국에선 지난달부터 정치부와 사회부 등에서 특별취재팀을 꾸려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해야 한다는 건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박현동 편집국장은 ‘특별취재팀을 꾸리지 않아도 다룰 수 있다’며 수차례 건의를 묵살했다. 

2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노조는 “정치부뿐 아니라 사회부와 산업부, 문화팀, 스포츠레저팀 등 전 부서가 전방위로 달라붙어 취재했어야 할 권력형 게이트를 우리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그동안 미르재단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에 대해 현장에서 가져온 뉴스를 적극적으로 싣지 않고 면피성 보도로 일관해왔던 편집국장은 이 기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대한민국의 처참한 현실만큼이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국민일보 편집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데 우리는 참담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항로에서 이탈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국민일보호의 표류를 우리는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해 편집국 수장으로서 편집국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울러 우리 자신도 편집국의 안일한 분위기에 젖어 더 치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겠다. 일간지로서, 정론지로서의 이름이 무색해진 오늘의 부끄러움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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