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월호특별법이 만들어질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유가족은 특별조사위원회가 기소권 및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극렬히 반대했고 결국 특조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은 부여되지 않았다.

특조위가 29일 오후 발표한 중간점검보고서를 통해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조위는 “그동안 조사활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조사활동의 효과적인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세월호특별법의 초기 입법과정에서 쟁론의 대상이 된 수사권·기소권 논의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특조위는 “문제가 되는 행정기관이나 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할 때 강제 수사가 뒷받침되지 않는 조사는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향후 조사활동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기소권은 차치하더라도 수사권만이라도 도입하기 위한 진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 세월호 특조위. 사진=이치열 기자
특조위는 또한 “수사권 도입이 현실적으로 입법화되기 어렵다면 적어도 현재의 조사권한을 실질적으로 보강, 보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고 조사시 국가기관 협조 의무를 현실화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이나 행정적 뒷받침이 강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를 필요한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들이나 증인들이 조사를 거부하는 일은 빈번하게 벌어졌다. 9월1일~2일 열린 3차 청문회에 정부기관 쪽 증인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해경은 참사 당시 TRS 음성녹음파일을 달라는 특조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을 보도했던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재판기록도 내놓지 않았다. MBC 경영진들은 언론보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한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동행명령장 집행조차 거부했다.

▲ 특조위 조사에 불응한 MBC 간부들, 디자인=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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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는 “특조위 본연의 업무는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이고 이에 대해 국가기관 등은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특별법 제39조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사과정을 되돌아 볼 때,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방해나 비협조 사례는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해경 123정에 대한 조사를 위해 조사대상자들을 소환하였을 때 이들은 업무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하면서 조사관들이 자신들의 해경 사무실로 오면 조사받겠다는 식으로 여러차례 출석에 불응하여 1명을 조사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협조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방해와 훼방도 이어졌다. 특조위는 정부의 비협조와 조사활동 방해가 시작된 시점으로 2015년 1월16일을 꼽는다. 특조위는 보고서에서 “설립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1월 16일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김재원 의원이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특조위 구성과 관련해 규모가 지나치다며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한 것”이라며 “여당 원내부대표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정부 부처와의 협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2015년 1월1일부터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됐다며 1년6개월이 지난 올해 6월30일 특조위의 활동기간이 만료됐다고 말하지만, 조사활동을 위한 위원회 구성은 1월1일로부터 한참이 지나 이루어졌다. 특조위는 “특별법이 시행된 지 두달 여가 지난 3월5일 이석태, 조대환, 권영빈, 박종운, 김선혜 상임위원에 대한 임명장이 수여되었다”며 “2월17일 직제 및 예산안을 관계기관에 발송하였으나 이에 대한 특별한 대답이 없는 채로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인적 토대가 되는 조직과 인력이 없었고, 물적 토대가 되는 예산도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마침내 정부 측에서 만남을 제안한 것은 3월 10일이었다. 논의의 대상은 행자부나기재부가 아닌 해수부였고, 이러한 비공식 협의는 3월 25일까지 네 차례 진행되었다. 협의 과정에서 특조위는 큰 파행 없이 조속히 출범하자는 뜻에서 정부에 제출한 시행령안과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하였으나 이를 반영하려는 태도는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며 “3월 27일, 해수부는 특조위의 의사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입법취지를 실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특조위가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특조위가 시행령을 수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직원 정원을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90명으로 하고 파견공무원의 수를 43명으로 하여 민간 별정직 직원보다 1명 더 많게 편성하였으며, 주요직책을 파견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등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의 권한과 역할을 제한하는 식의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 업무를 ‘기존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과 조사’로 한정하거나 안전사회 건설 업무를 해양사고로 제한시켜 특별법 입법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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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는 또한 “8월 4일, 2015년 특조위 예산으로 사용될 예비비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조사활동을 진행할 인력과 예산이 특조위에 갖춰지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위원회 활동을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를 구비한 것으로, 특조위는 이 때 출범한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특조위에 지급한 예비비는 실제 요청한 예산 규모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15일 세월호 특조위 1차 청문회가 열리는 도중 청문회장 밖에 피켓이 놓여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특조위가 요구한 것은 약 159억원이었으나, 실제 지급된 것은 약 89억 원으로 요구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치였다. 특히 참사조사에 사용될 사업비의 경우 약 45억 원을 신청하였으나, 약 14억원만이 지급되었다. 특조위는 “이로 인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매우 어려웠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조사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다”고 말한다.

특조위는 이 과정에서 벌어진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특조위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직원채용과 예산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특조위를 흠집 내는 언론보도가 등장하였다”며  “세월호 特調委민간 직원 중 선박전문가 ‘0’”(조선일보 7월 15일자), “세월호 특조위, 올해 예산 160억 청구…‘낭비 논란’”(조선일보, 7월24일자), “세월호 조사한다면서… 생일케이크값 655만원, 체육대회비 252만원”(조선일보, 7월 27일자) 등의 기사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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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는 “특조위 직원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고 특조위 채용 공무원들이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특혜를 받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도록 작성된 보도였다”며 “이에 특조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박・해양 전문가는 조사와는 별도의 분야를 설정하였으나 응시자가 적어 추가 재공고’하였고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예산을 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도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이나 선례에 결코 어긋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였다”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가 지난해 7~8월 보도한 특조위 예산 관련 기사 제목 모음. 편집=정민경 기자
당초 정부는 6월 말 활동기간 종료를 통보하며 특조위에 9월 말까지 종합보고서를 완료하라고 했다. 특조위는 종합보고서 대신 이석태 위원장의 책임으로 작성한 중간점검보고서를 공개했다. 특조위는 “이 보고서는 처음 기획했던 바의 장차 국회 등에 제출할 공식적인 종합보고서 작성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조사활동이 강제로 중단되고 급기야 해체될 상황에 놓인 세월호 특조위의 실상 을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그리고 국회 등에 있는 그대로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조위는 “왜 세월호 특조위는 국민의 바람과 달리 그렇게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로 정부에 의하여 무시되었는가, 왜 오늘 이 순간까지 극히 적게 받은 예산을 그나마 최선을 다하여 줄이고 아껴 썼는데도 ‘세금 도둑’이란 터무니없는 누명을 써야 하였는가, 왜 정부는 특조위가 공채하여 임명 요청한 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직책인 진상규명국장을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고 있는가, 왜 정부의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관의 해외 출장시 저렴한 이코노미석으로 항공요금을 계산하여 담당부서에 제출하였는데 비즈니스석 요금을 청구한 것으로 왜곡 보도되는가 등 관련된 예는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중간점검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파견공무원이 휴가 중인 상황에서 보고서를 게시하려 했으나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조사관들이 모르게 비밀번호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해당 중간보고서는 ‘진상규명 위원회 활동소식’이라는 다른 게시판에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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