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한 인터넷 설치기사 김아무개(35)씨가 사고 하루 만에 사망했다. 김씨 시신 일부에서 감전 흔적이 발견돼 경찰은 회사를 상대로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의정부 홈고객센터 소속 설치기사 김씨는 지난 27일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 김씨는 추락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인 28일 오후 9시께 사망했다. 

노조는 김씨의 추락사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김씨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가 공개한 설치수리 기사들의 작업환경.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실제 사고 당일에도 김씨는 물량 압박을 받았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센터 관리자로 보이는 홍아무개씨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은 기간 실수 없이” “긴장해서 작업 바란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노조에 따르면 센터는 사고 이후 해당 대화방을 삭제했다. 

설치수리 기사들의 추락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진아무개씨가 에어컨을 수리하다 추락해 숨졌고 9월22일에도 SK브로드밴드 소속 현장기사가 전신주 감전으로 추락해 갈비뼈와 척추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재완 노조 사무국장은 “위험의 외주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그나마 작업 중지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지만 1인 사업자들은 월급도 건 별로 받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공개한 사고 당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 오른쪽이 사고 당일.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이어 김 사무국장은 “현재 SK브로드밴드 전국 홈 고객센터 현장기사 중 57% 가량이 김씨와 같은 개인사업자”라며 “노조와 전국센터장연합회, 그리고 원청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원청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의정부경찰서는 김씨를 검안한 결과 신체 일부에서 감전흔이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 30일 오전 김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SK브로드밴드센터를 상대로 관리 소홀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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