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됐다. 2009년 이후 끊이지 않았던 사법시험 존치 논란은 이로써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9일 사법시험법을 폐지하도록 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2조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헌재 소원은 법과대학 재학 중이거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제기했다. 이들은 사법시험이 오는 2017년 12월31일자로 폐지되는 것에 대해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제2조 및 제4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시험법 부칙 1조와 2조, 4조 1항은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실시한 후 그 해 12월31일 폐지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법대 재학생이나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과 달리 직업선택의 자유는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법시험 제도 폐지가 법학전문대학원 입법 취지와도 맞닿아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이며, 이를 위해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는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으로 청구인들이 받는 불이익보다 사법시험법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을 통해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봤다. 이미 일정기간 응시 기회를 주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한 일부 대학 중에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의 부실 등 문제가 지적된 것에 대해 헌재는 “지금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 사진=포커스뉴스.
다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중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도 전체 9명 중 4명이었다. 반대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사법시험 폐지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위한 명분이라는 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 △고액의 등록금과 입학전형의 불공정, 학사관리의 부실이 야기된다는 점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도 대학교육의 파행과 인력낭비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3명의 재판관들 역시 직업선택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력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판사, 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한다”며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는 단순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간의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이후 사법고시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사법시험은 특히 열린 기회 때문에 ‘희망의 사다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만 판사나 검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고졸 이하는 아예 기회가 제한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출신 학교에 따라 지원자의 등급을 매겨 논란이 일었다.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는 고시생모임은 사법고시 존치를 넘어 아예 법학전문대학원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면 사법고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963년 사법시험 시행이후 합격률이 4%를 넘지 않아 사법고시가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사법시험은 시험위주의 법률 지식만 공부해 합격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폐해가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이 점차 장학금을 늘리고 소외계층 전형을 마련하는 등 현재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논란은 2009년 이후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2017년 폐지 예정이었던 사법고시를 2021년까지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국회와 법조계가 논란에 휩싸이고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까지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번 헌재 판결로 이러한 논란은 불식되고 사법시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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