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장면이 담긴 경찰 차량의 CCTV가 공개됐다. 경찰은 줄곧 메뉴얼에 따라 처음 경고 살수를 했고 안전하게 살수했다며 직사살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영상에는 처음부터 시위대를 향해 직사살수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광주 11호차'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광주 11호차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녹화된 '충남 9호차'의 살수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 속에서 충남 9호차는 경고 살수나 곡사 살수 없이 처음부터 31초 가량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직사살수를 한다. 그리고 2차와 3차 살수에서도 직사 살수가 이뤄진다. 그리고 4차 살수에서 백남기 농민이 머리를 맞고 쓰러진 장면이 나온다.

4차 살수에서는 기존에 이뤄진 살수 시간을 뛰어넘어 1분 18초 동안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주변에 있는 시위대가 백남기 농민을 둘러싸고 상태를 보고 있는데 이를 향해서도 직사살수가 이뤄진다. 급기야 시위대들은 직사살수를 피하기 위해 쓰러져 있는 백남기 농민을 가까스로 끌고 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박 의원은 지난 9월 12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충남 9호차 살수요원 한모경장과 신윤근 기동단장이 처음부터 직사살수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번 CCTV 공개 영상을 보면 사실상 경찰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9호 살수차 보고서도 거짓으로 기재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의 농도로 약 4000리터 살수 함"이라고 썼지만 영상에는 처음부터 직사살수가 이뤄진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살수의 횟수 등은 기억에 의존하다보면 착각할 수 있지만 곡사살수나 직사살수 여부는 절대로 착각할 수 없다. 7회 직사살수가 왜 어떤 이유로 경고와 곡사살수로 바꿔 기재되었는지 사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장면이 분명히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광주 11호차 살수 요원들은 백 농민의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2시간 지난 이후에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백남기 농민의 부상 상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경찰 측 영상이 나오면서 적절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경찰청이 광주 11호차 CCTV의 존재를 감추고 은폐하다 청문회 당일에서야 국회에 제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보고서와 다르게 처음부터 직사살수한 사실, 단 한번도 곡사살수가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광주차 살수요원들은 알 수밖에 없었고, 경찰도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 보고서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경찰과 수사의지가 없는 검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특검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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