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방법을 이유로 10여명의 PD가 무더기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교정당국이 취재방법을 이유로 SBS와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한 본사 PD와 독립 PD 10명을 고발한 것. 한국PD연합회는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발했다.  

한국PD연합회에 따르면 교정당국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본사 PD 1명,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K5 도난사건’ ‘순천 초등생 인질극 사건’ 편을 취재한 독립 PD 3명, MBC 리얼스토리눈의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등을 취재한 독립 PD 4명을 고발했다. 

PD연합회에 따르면 PD들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취재 과정에서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재소자를 인터뷰 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26일 부터 시작된다.  

PD들은 취재 자유 훼손을 우려했다. PD연합회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취재 과정을 문제 삼아 PD들이 법정에 서야 한다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모든 PD들이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며 “혹시나 유죄 판결로 이어질 경우 재소자들에 대한 취재 인터뷰가 영영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김상중씨.ⓒSBS
한 독립 PD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무부에서 몰래카메라 취재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언론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몰래카메라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며 취재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실제 몰라카메라 취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교정당국이 기본적으로 언론의 재소자 인터뷰를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인 신분을 밝힐 경우 일반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다. 교정당국의 폐쇄적인 태도가 몰래카메라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낳았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재소자 면회와 관련한 법규 어디에도 카메라의 반입과 촬영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관련 법규는 ‘마약·총기·폭발물·독극물’ 등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품과 시설의 안전·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PD연합회는 ‘무더기 고발’이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00회 특집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5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1000회 ‘대한민국 정의를 묻다, 담장 위를 걷는 특권’ 에서는 ‘회장님’ 들이 교도소 안에서도 특권을 누리는 실태를 고발했다. 

PD연합회는 “교도소장이 촬영을 금지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해도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PD들을 법의 이름으로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난다”며 “PD들을 고발한 것은 PD들에게 재갈을 물려 결국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범죄에 이용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재소자의 언론 접견을 합리적인 선에서 허용”해야 한다"며 “교정당국이 이런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는커녕 PD들을 무더기로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전근대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고발된 PD 중에 독립 PD가 많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독립PD는 “독립PD는 방송사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 방송사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독립PD협회도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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