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K스포츠와 미르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조선미디어그룹의 ‘싸움’이 사실상 두 달 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TV조선은 7월부터 청와대가 두 재단에 관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0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배후에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K스포츠 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대표(정동춘)를 앉혔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과 최씨의 관계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K스포츠와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7월부터 TV조선이 보도하던 내용이다. TV조선은 7월27일 단독기사를 통해 삼성, 현대, SK, LG 등 16개 그룹 30개 기업이 미르재단에 돈을 내 설립 두 달 만에 486억원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 7월27일 TV조선 보도.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한 그룹 간부는 당시 TV조선에 “전경련이 재단 만드는데 내라고 하면 내겠습니까? 미르는 나라에서 하는 문화재단이고”라고 말했고 미르재단 관계자도 TV조선에 “한 마디로 말하면 청와대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거죠”라며 “청와대 회의 방문도 많으니까”라고 말했다.

같은 날 TV조선은 ‘미르재단의 주인이 누굴까?’라는 제목의 리포트도 내놨는데 미르재단 관계자는 “이사들이 주인이 아닌 이상 잘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관이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의혹이 있다는 보도와 연결시켜 보면, 주인이 청와대 누군가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8월에도 TV조선의 K스포츠와 미르재단 관련 단독보도는 이어졌다. 8월2일 TV조선은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기업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씩 출연했는데, 모금 통로는 미르재단 출연과 마찬가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이었다”고 보도했다. 

▲ 8월2일 TV조선 보도.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8월4일에는 “재단법인 미르 운영에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미르재단 설립 당시 경제수석실 비서관이 문화재단 미르의 김형수 이사장과 이아무개 사무총장을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8월 중순으로 가면서 TV조선의 보도는 ‘비선실세’까지 언급하는 등 강도를 더했다. TV조선은 11일 미르가 비선조직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미르재단 관계자가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준비 때 수차례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13일에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가 박 대통령 행사마다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TV조선은 “이상한 건 박 대통령의 순방행사에 늘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6월 프랑스 순방 당시에는 미르재단이, 이란 등의 순방에는 K스포츠가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 8월11일 TV조선 보도.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이런 맥락을 봤을 때 청와대와 조선미디어그룹의 싸움은 이미 7월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조선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지난 총선 직후 보도본부장으로 발령됐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를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최희준 전 보도본부장은 박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아들이다. 

실제 TV조선 한 관계자는 “총선 직후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을 버렸다”며 “총선 이후에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단독보도를 했는데 그 역시 박 대통령을 버리는 카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본부장이 총선 이후 바뀐 것도 시청률은 명목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TV조선 또 다른 관계자는 “TV조선 보도가 너무 세게 나가다보니 청와대에서 조선일보와 전면전을 시작했다고 상상을 할 수는 있겠으나 물증은 없다”면서 “다만 어느 언론도 받아쓰지 않는 상황에서 한 달 가까이 아주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밀도 높게 준비한 보도였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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