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는 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매일 구치소로 출근 했나’ 지난해 12월5일 조선일보가 여성 변호사들의 업무가 변호사의 본업과 멀어졌다는 취지로 쓴 기사의 제목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해당 기사가 “여성 변호사를 성적 대상화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기사 철회 및 사과를 요구했다.
<관련기사: 로스쿨 학생들 “조선일보가 여성 변호사들 명예훼손”>
해당 기사는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속칭 접견녀의 출현”이라며 “접견 변호사들은 구치소에서 의뢰인과 하루 종일 이른바 농담 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대상이 됐다.
언론보도가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인권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언론인권센터가 공동주최한 ‘언론인들에게 인권교육, 왜 필요한가?’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홍보팀장(변호사)은 “언론의 인권침해 사례는 법적 차원으로 접근할 때와 인권 차원으로 접근했을 때 극명한 차이가 있고 언론법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언론 법제 교육의 한계를 인권교육이 보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윤리의 영역을 무시하며 인권침해에 나선 상황을 두고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언론의 인권의식이 1세대에 머물러있다”고 표현했다.
심영섭 정책위원은 “언론은 주로 1세대 인권에 대해서는 법률적 처벌을 우려하여 보도과정에서 고려하지만 2세대나 3세대 인권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1세대 인권인 알권리를 위해 뛰어다닌 기자들은 그 외의 인권들이 침해당하는 것은 뒤로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인권 사이에서도 어떤 인권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냐를 제대로 선택하려면 인권감수성이 필요하다. 김효실 한겨레21 기자는 “가치들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떤 가치를 축소하고 확장시킬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겨레21의 1116호 표지를 예로 들었다.
해당 표지기사는 0~15살의 아이들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지원해야한다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이가 아픈 후 치료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주간지의 표지 사진으로 기사 사례의 아이 얼굴 사진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팔에 링거를 맞는 사진으로 대체했다. 기자와 언론사 스스로가 인권감수성을 발휘한 사례다.
최진주 부회장은 “보통 언론사가 행하는 교육 대상은 수습기자나 연차가 낮은 기자들인데 데스크 대상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취재환경의 변화로 인권 감수성이 더 예민해져야 할 데스크들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