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한달 전 ‘넥슨-성우 사태’ 논평 철회 이후 심 대표가 “여성대표로서 책임 느낀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지만 이와 같이 당 차원의 확실한 여성주의 노선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정의당 내 여성주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젠더TF’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심 대표의 ‘여성주의 정당’ 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어 심 대표는 “사회적 약자, 여성에 가해지는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을 그들의 관점에 서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여성주의라고 생각 한다”라며 “정의당이 먼저 성평등주의 모범을 보일 때 여성주의 시대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은 이런 문제를 당내에서부터 차근차근 일궈나갈 것”이라며 “상임대표인 제가 직접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당원들이 여성 친화적 정당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정의당을 만들어가겠다”며 “일관되고 정성스러운 노력을 통해 우리 정의당이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 만들어가는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심 대표의 이와 같은 입장을 두고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이제서라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며 “그동안 당이 관료화되고 보수화된 조직에 휘둘려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의당은 당 게시판의 극단적 흐름에 휩쓸리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며 “심 대표의 발언은 일말의 변화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실책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의당 측은 심상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전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2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특별히 오늘 이런 입장을 발표한 이유는 상무위에서 밝힌 바대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성평등 사회를 원하는 진보진영이나 시민들의 기대를 확인하고 이 부분에 대해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성주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며 “메갈리아 논쟁 이전에도 정의당은 어떤 당보다 더 여성문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논평 철회 사건 이후 여성주의 관련 논의를 위한 ‘젠더TF’를 만들었으나 현재 젠더 TF는 사실상 와해 상태다. 지난 26일 정의당 상무위원회가 젠더TF와 상의 없이 여성주의 현안관련 당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당 내부 젠더TF는 와해 상태로 두고 외적으로만 ‘여성주의 정당’ 선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젠더TF 위원들이 사퇴의 모습이 아니라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TF위원들이 상무위의 입장을 오해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대변인은 “젠더TF가 당장 이전처럼 운영되기는 어렵겠지만 와해된 것은 아니며 현재 관련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