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끊긴 상황에서 진행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3차 청문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증인들의 불출석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사실상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신호까지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31조1항에 따라 9월1일부터 2일 양일 간 3차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3차 청문회는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특조위의 조사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서 특조위 조사관들은 자비를 들여 조사활동을 이어가고, 청문회 준비를 이어갔다. (관련 기사 : A4용지도 떨어져, 유가족들이 출장 기차표 끊어주기도)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조위는 7월 청문회 개최를 위해 국회 제3회의장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국회는 “국회가 주관하는 인사청문회 및 공청회, 원내 교섭단체가 국회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등에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앞서 1,2차 청문회 때도 국회는 대관을 거부했고 청문회는 서울시청 신청사, 서울 YMCA 건물에서 열렸다.

▲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종료를 통보한 6월30일 이후 서울 중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의 책상 곳곳이 파견 직원들의 근무 종료로 텅 비어 있다. ⓒ포커스뉴스
특조위는 이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공단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대관료까지 납부했지만 지난 10일 사학연금공단 측에서 갑작스레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공단 측에서 “교육부가 공단 본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해 ‘왜 대관 신청을 받아줬느냐’고 질책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특조위는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국제회의장을 장소로 확정했다. 국회, 사학연금공단 강당보다 협소한 장소가 청문회장으로 결정되면서 방청은 물론 취재를 위한 기자 수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특조위 관계자는 “장소가 너무 좁다. 가득 채워도 120석 정도인데, 평소에 특조위에 오는 기자들이 카메라 기자들 포함해서 100여명이 된다”며 “지난 번에는 방청객과 기자를 나눠서 접수받았는데, 이번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증언해야할 증인들이 출석할 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조위는 홍보수석 시절 KBS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해 참사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영한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특조위는 또한 참사 관련 언론보도의 공정성,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언론인들을 대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길환영 KBS 사장, 김시곤 KBS 보도국장, 김장겸 MBC 보도국장, 박상후 MBC 전국부장, 안광한 MBC 사장 등(직책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조위는 출석을 거부할 경우 검찰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정현 대표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중요 증인의 출석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조위는 지난 6월 30일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증인·감정인·참고인이 출석하는 청문회는 명백한 조사활동으로, 조사활동기간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어느 공무원이나 정부기관 관계자가 청문회에 출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설사 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됐다 해도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31조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조사활동기간’에만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합보고서․백서 작성․발간기간’에 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도 않았다.  

▲ 7월1일 오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성역없는 진상규명 조사 지속 지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포커스뉴스
특조위는 24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청문회는 특조위 활동기간이 최종적으로 종료되기 이전이라면 ‘조사활동기간’이든, ‘종합보고서․백서 작성기간’이든 관계없이 필요시 개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해수부를 앞장세워 합법적 청문회를 불법적인 것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증인들의 청문회 불출석이라는 불법행위를 합리화하고 선동하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하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특히 해수부 소속 인양추진단 직원들은 3차 청문회에 출석 의무가 부과된 증인들이다. 특조위는 온전한 세월호 인양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 증인으로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단장, 김현태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 장기욱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인양추진과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들이 속한 해수부가 특조위 청문회는 개최될 수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셈이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24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인양추진단은 이번 3차 청문회에 출석 의무가 부과된 당사자들”이라며 “증인들이 무슨 장관 명의의 보도자료를 낸 것이 참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정현 당시 홍보 수석은 지금 여당 대표가 돼버렸는데 청문회 어렵겠는데요?’라는 질문에 “저희도 그 점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해수부가 보도자료를 통해서 정부 관련자들의 청문회 출석을 사실상 하지 말라고 선동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조위의 한 조사관 역시 “반쪽 청문회가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며 “참고인들은 거의 대부분 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증인의 경우 정부 관계자들은 안 나오려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조사관은 또한 “정부기관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해수부) 보도자료를 보고 그 이유를 들어 같은 논리로 안 나오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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