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제작발표회로 입장하는 기자들에게 빵·과일·과자를 아담한 박스에 포장해 나눠주었다. 팬들이 기자들에게 먹을 걸 준다고? 드라마·예능 제작발표회에서 주연배우 팬클럽이 기사를 잘 써달라는 취지로 약간의 음식과 기념품을 기자들에게 주거나 쌀 화환을 보내는 일은 언제부턴가 관행으로 굳어졌다.
제작발표회장은 행사시작 30분 전인데도 프레스석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기자들도 행사 시작 전 이미 드라마 팜플렛이나 관련 정보 검색 등을 통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기자는 얼핏 세어 봐도 150여명은 넘어보였다. 사진기자들은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다. 포토타임에서 팬들로 보이는 이들이 일어서서 사진을 찍자 뒤에 있던 사진 기자들은 “자세 좀 낮춰!”, “좀 비켜!”라며 욕설에 가까운 고성을 질렀다.
포토타임 이후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이 이어졌다. 상당수 기자들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되는 도중에 기사를 작성해 올렸다. 제작발표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 끝나자 조충현 아나운서는 기자들을 향해 “벌써부터 포털에 기사와 사진이 올라가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를 보며 어느 연예부 기자는 “요즘 저 사람 행사 진행할 때마다 저런 멘트 치네. 저거 좀 별론데”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다양했는데 박보검씨를 향해 미성년자인 김유정씨와 스킨쉽 촬영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응답하라 1988’ 출연 배우들의 저주에 본인이 해당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식의 일부 무례해보이거나 자극적인 질문도 섞여 있었다. 기자간담회 도중 배우를 쳐다보며 느긋한 기자들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보며 타자를 치기 바빴다. 얼마 안 돼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응팔 저주? 속상한 말이야”>(아시아투데이),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김유정이 스킨쉽 먼저 배려...”>(스포츠경향)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포털에 올라왔다.
KBS 드라마 홍보대행사 측은 행사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샴푸와 바디워시 세트, 드라마 이름이 박힌 수건을 선물로 줬다. 커피스터디룸 2시간 사용권도 줬다. 기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선물을 받고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18일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발표회 관련 기사는 1502건에 달했다. 그렇게 ‘평범했던’ 1시간30분간의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