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돌연 ‘특별감찰관의 감찰누설’ 논란으로 옮겨붙고 있다. 발단은 MBC 단독보도였지만 이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갑자기 감찰누설 논란이 불거진 것이 미심쩍은 이유가 드러난다. 

MBC는 16일 뉴스데스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며 “감찰 내용 누설은 현행법 위반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하고 있는 대상은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 회사 정강”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화성 땅에 대해) 아무리 봐도 감찰 대상 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다. MBC는 기자가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이 감찰관이 ‘일단 놔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것으로 돼서야 되겠냐’는 말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SNS를 통해 입수? 보도의 출처는 어디?

MBC는 16일 리포트에서 출처를 SNS라 밝혔다. 기사 리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고 시작한다. 또한 리포트에는 “SNS에 따르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감찰하고 있는 대상은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 회사 정강’이라고 밝힌다”는 문장도 나온다.

여러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MBC가 SNS를 입수했다는 것은 무슨 말이고, 또 ‘SNS에 따르면’ 이석수 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사실을 누설하고 있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일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 감찰관과 언론사 기자가 대화를 나눴을 리는 없으니 아마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메시지 프로그램을 통해 나눈 둘 간의 대화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이 유출하지 않는 이상 둘 간의 대화를 MBC가 입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이석수 감찰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감찰관은 17일 보도자료에서 “SNS를 통해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감찰 진행상황을 누설하였다는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17일 보도에서는 출처가 좀 더 명확해진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크에서 ‘MBC가 입수한 문건 자료’를 공개하며 “모 언론사 기자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 유출된 것을 옮겨놓았다”고 보도했다. 

이 감찰관과 통화한 언론사 기자가 회사에 보고한 통화 내용이 SNS를 통해 외부 유출됐고 이를 MBC가 입수했다는 뜻이다. 출처는 이 감찰관과 기자 간의 통화 내용으로 명확해졌지만, 입수 경위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감찰관이나 해당 기자 혹은 회사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내부에서 흘린 게 아닌 이상 MBC가 이 통화내용을 입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찌라시 같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돌았다고 해도 보도를 하려면 당사자들에게 확인을 거쳐야한다. 

▲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런 이유로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타인의 대화 내용을 제3자가 유포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도청이 아니면 해킹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회복TF도 기자회견을 통해 “누군가 특별 감찰 활동의 공신력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SNS 내용을 권한 없이 들여다보고 이를 MBC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수 감찰관도 17일 보도자료에서 “입수하였다는 SNS 대화자료가 영장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을 요구하며 불법적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기사의 주제가 ‘누설 의혹’인가?

MBC 리포트가 ‘누설 의혹’을 핵심 주제로 뽑은 점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보통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간에 나눈 대화록이나 녹취록이 공개된 경우 그 대화록, 녹취록 안의 가장 중요한 워딩을 제목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안철수 의원이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의 녹취록을 단독보도한 매체는 ‘이희호 여사 “안철수 지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과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단독보도한 매체는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외압 발언 그 자체를 부각시켰다.

같은 선상에서 MBC 리포트의 핵심 주제는 ‘이석수, “감찰 대상은 우병우 아들”’, ‘이석수 “우병우 버티면 검찰에 넘기면 된다”’, ‘이석수 “우병우 처가 화성땅, 감찰 대상 아냐”’ 등으로 뽑힐 수 있다.

하지만 MBC 리포트의 제목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이다. 메시지나 워딩이 아니라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이 감찰관의 발언 내용보다 이 감찰관이 기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새누리당에서도 이 보도를 근거로 특별감찰관 감찰 조사를 흔드려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1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일부 언론에 특별감찰과 관련된 내용들이 누설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특별감찰관이 현행법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에 관련한 처리를 해야한다”며 “우리 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 공개된 내용인데 뭘 누설했다는 걸까

MBC는 이석수 감찰관의 행동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감찰 내용 누설’이라 규정한다. 특별감찰법은 감찰 내용의 외부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것.

하지만 MBC가 문제삼은 내용은 대부분 언론에 이미 공개된 것들이다. MBC는 이 감찰관이 기자에게 감찰 대상을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는 특별감찰관법을 고려하면 충분히 추론가능한 대상이다. 

▲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 ⓒ포커스뉴스
특별감찰관법 2조는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3항)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5항) 등을 비위행위로 규정한다. 우 수석 아들이 운전병 보직 특혜를 받은 사실은 3항에 해당하고 주식회사 정강의 배임 및 횡령 의혹은 5항에 해당한다. 당연히 우 수석 아들과 정강이 감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MBC는 이 감찰관이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며 감찰 이후의 처리방침까지 기자에게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난 7월19일에 감찰이 시작됐다고 언론에 보도됐고, 특별감찰관법 6조에서 “감찰에 착수하는 경우 1개월 이내에 감찰을 종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가 8월19일이라는 점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특별감찰관법 19조는 범죄혐의가 명백하여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나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말도 법에 규정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언론사 기자에게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딴소리를 하니 어떻게 돼가는지 좀 찔러보라”거나 “일단 놔두자”고 말하며 기자와 상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대목이다. 윤리적인 문제는 제기할 수 있으나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위법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닌데도 누설 의혹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등장했고 출처도 불분명한 보도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MBC 보도를 미심쩍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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