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던 북한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을 사회 각지로 배출했다고 밝혔지만 정부 당국의 ‘안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월 7일 중국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은 탈북 절차와 경로 등을 봤을 때 정부 쪽 도움 없이 단시간 탈북이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총선을 앞둔 기획 탈북설이 대두되자 국정원 등은 면담 요청을 막으면서 접촉을 제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16일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 등 13명이 국내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마치고 지난주 순차적으로 사회 각지로 배출됐다"고 전했다.

보통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신센터)에서 정부 합동 조사를 받은 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12주 동안 교육을 받고 사회로 배출된다. 13명 탈북자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4개월 가량 조사를 받고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사회 각지로 배출됐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는 또한 탈북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원하지 않는다며 접촉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통일부 설명과 달리 탈북자들이 사회로 배출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일부는 탈북자 13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머문 것으로 전했지만 정부 당국의 안가에서 머물렀거나 지금 현재도 안가에 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사회로 배출됐다는 통일부 소식을 전하면서도 "북한이 이들에 대한 송환 요구와 더불어 가족 면접 등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정보 당국에서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신변을 계속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17일 보도했다. 동아일보 보도는 탈북자들을 사회로 배출했다는 통일부의 발표가 거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MBN 역시 "이들은 지난 4개월 동안 탈북경위 등에 대한 조사와 국내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면서 "다른 탈북민들과 정착교육을 받을 경우 신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하나원이 아닌 안전가옥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탈북자 13명이 머물렀던 장소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가 아닌 안가였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탈북자들이 안가에 머물렀고 현재도 머물러 있다면 사회 각지로 배출됐다는 발표는 거짓말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수 있다.

통일부가 전한 소식대로 탈북자 13명이 사회로 배출되면 가는 곳은 하나 센터다. 하나 센터는 탈북자들의 실질적인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개설 문제부터 시작해 공과금 청구 문제, 쇼핑까지 하나 센터에서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하나 센터는 서울 지역에는 각 구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고, 지방에는 권역별로 하나씩 두고 있다. 사회로 배출된 탈북자들은 자신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곳의 하나센터에서 약 4주 동안 도움을 받는다.

탈북자 13명도 사회로 배출됐다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하나 센터로 가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신분 노출은 피할 수 없다.

통일부는 탈북자들 사회 배출 소식을 전하면서 신변 안전을 우려했는데 그 동안 탈북자들을 꽁꽁 숨겨왔던 정부 당국이 하나 센터에서 탈북자들이 도움을 받게 조치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나온다.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합신센터는 이민국처럼 사람이 채워지면 기수별로 기간을 정해 조사를 하는데 정해진 기간은 없다. 합신센터를 나오면 하나원으로 옮겨 12주 교육을 받고 거주지가 가까운 하나센터의 도움을 받게 된다"며 "하나센터의 도움을 받으면 탈북자들의 신분은 노출되긴 마련이다. 기획 탈북설 의혹이 있던 탈북자들이 시간이 지나도 신분 노출이 되지 않는다면 안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도 사회로 배출했다고 처리해놓고 실제로는 안가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에서 높은 지위의 인사들이 탈북했을 경우에도 사회로 배출되지 않고 안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가에서 탈북자들이 머무를 경우 혼자서는 절대 외출을 하지 못한다. 바깥 출입을 위해선 신고를 하고 일정을 조정한 뒤 사람을 동행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대변인실은 ‘탈북자들이 안가에 머무른 사실이 있느냐’, ‘하나 센터로 분산 됐느냐’, ‘탈북자들이 안가에 있느냐’는 질문에 "신변 문제 때문에 말씀을 드릴 수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신변 보호를 할지 정확히 잘 알지 못한다"면서 "통일부에서는 관련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도 없고 알려드릴 수 없다. 이분들의 신변 보호가 가장 우선"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