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광고를 내보내며 연일 박근혜 정부와 코드를 맞춰온 CJ의 이재현 회장이 특별사면 및 복권된다.

법무부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 71주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재벌 총수 중 사면 대상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사면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사면에서 제외됐다. 

이재현 회장은 특별사면과 동시에 특별복권되기도 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사면 배경으로 “(지병으로) 수감생활을 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어 사실상 형 집행이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실형이 선고된 후 지병으로 구속집행정지를 10차례 연장해왔다.  

▲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건강 문제인데 사면에 그치지 않고 복권까지 됐다는 지적에 김현웅 장관은 "인도적 차원"이라며 "(이재현 회장이) 향후 사회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 전체적인 것을 고려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은 정부의 정한 사면심사대상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형 확정 판결 6개월 이내인 경우 사면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사면심사대상 기준을 지난해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12일 논평을 내고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에 형이 확정됐다”면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과 신뢰를 또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이례적으로 복권까지 된 데는 CJ의 노골적인 정권 코드 맞추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5월 검찰이 이재현 회장에 대해 횡령 및 배임 수사 직후 CJ는 광고, 방송, 영화 등을 통해 정부의 ‘코드’를 맞췄다. 

▲ 2013년 6월14일 CJ제일제당은 10대 일간지에 '창조경제 응원' 광고를 내보냈다.
대표적인 게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광고다. CJ 제일제당은 2013년 6월14일 10대 일간지에 “더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후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방송광고가 2013년 시작돼 현재까지 CGV와 CJ계열 채널에 나오고 있다. '슈퍼스타K'등 CJE&M의 프로그램 말미에 “CJ가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이 들어가기도 했다.

검찰 수사 이후 방송 프로그램의 성격도 달라졌다. 가장 크게 바뀐 프로그램은 SNL코리아로 시사풍자적인 요소가 사라졌다. 텔레토비에 빗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풍자했던 코너 '여의도텔레토비'가 2013년 폐지됐다. 2013년 CJ E&M은 MBC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에 참여했던 최일구 앵커를 영입했으나 SNL코리아에 앵커 역할 2회 출연하는 데 그쳤다. 

이례적으로 2014년, 2015년 CJE&M이 주최하는 음악 페스티벌 MAMA(마마)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축사를 하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MAMA(마마)에 출연해 “MAMA는 문화를 통해 창조 산업을 발전시킨 글로벌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 tvN의 창조경제 응원 광고.
 CJ의 영화 콘텐츠도 달라졌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를 연달아 제작하기 시작했다.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은 속칭 ‘대한민국 만세 3부작’으로 불린다. ‘국제시장’은 개발독재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며, 6.25전쟁을 다룬 인천상륙작전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나쳐 조중동 등 보수언론까지 혹평을 할 정도였다.

CJ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M센터 1층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만들고 창조경제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코드를 맞춘 것과 사면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단, CJ입장에서는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캠페인, 광고 등을 계속 벌였다. 이는 다른 미디어 기업에도 정권과 코드를 맞추면 사면 등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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