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5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원고’로 된 소장을 받았다. “변희재, 김미화에 친노좌파 표현쓰지 말라”는 포털 기사에 쓴 댓글이 문제가 됐다. 최근 기사도 아니고 지난해 12월22일 기사였다. 소장을 읽어보니 “변가 쟤는 천박해. 기본적인 도덕과 양심을 갖추지 않으면 인간은 쓰레기가 된다”는 자신의 댓글이 보였다. 변희재 대표의 담당 변호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강용석 변호사였다.

한때 논란이 됐던 변희재 대표의 악플에 대한 대대적인 법적대응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변희재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 누리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22건으로, 피소된 인원만 200여명에 이른다. 최근까지 소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 피소된 이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 걸린 댓글에는 과도한 욕설도 있지만 풍자나 비판으로 볼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A씨와 함께 소송에 걸린 누리꾼 B씨는 “썩은 고기냄새가 나는 듯하다”는 댓글이 문제가 됐다. C씨는 “벌금이 너무 작으니까 자꾸 미친 짓을 하는 거다. 그러니 한번에 몇천씩 때려야 그래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변희재 웬 듣보잡?”이라거나 “똥덩어리”라는 댓글도 어김없이 소송에 걸렸다.

변희재 대표측은 정신적인 피해에 따른 법적대응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소장을 통해 “원고는 미디어워치라는 인터넷언론을 운영하는 애국보수논객으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악성댓글로 인해 이를 읽는 수백만의 독자대중들에게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파됨으로써 원고는 단순한 정신적 피해 뿐 아니라 원고의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 강용석 변호사(왼쪽)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 대표의 이 같은 대응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호소라기보다는 ‘합의금 장사’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제기된 변희재 대표의 악플 소송의 피고측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에 따르면 소송에 걸린 한 누리꾼은 변희재 대표측에 연락해 “소송까지 할 일이냐”고 항의했지만 100만 원 이하로는 합의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누리꾼 A씨는 “변희재 대표가 소송에서 패배한 이후 합의금을 목적으로 소송을 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합의할 생각이 없다”면서 “나는 나이가 있는 편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고 취업 때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해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플에 대해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으로 대응하는 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구제절차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변희재 대표의 경우 ‘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변희재 대표는 공인으로 볼 수 있다. 공인은 관심의 대상인 만큼 사회상규 내에서 허용이 되는 풍자나 비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인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불법행위가 되는 법 제도 자체가 문제 있다”고 말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변희재 대표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소송취지가 개인적 피해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진영적인 대응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면서 “명확하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변희재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애초 좌파 쪽이 미디어워치 독자나 수컷닷컴 회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집중적으로 걸어 합의금을 챙겨갔다”며 “도와달라는 독자,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맞불작전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강용석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넥스트로는 악플에 대한 대대적인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지난해 강용석 변호사와 넥스트로는 자신에게 악플을 단 누리꾼 400여명을 고소한 바 있다. 시민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무법인 넥스트로에서 제기한 소송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들어 온다”면서 “강용석 변호사와 변희재 대표 뿐만 아니라 연예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악플대응 소송을 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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