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주도하는 통일과 나눔 재단(이사장 안병훈)이 지난 7월7일 창립 1주년을 맞았다. 1년 간 재단이 모은 통일나눔펀드는 공식적으로 2232억 원이다. 모금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돈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일단 2232억 중 90%는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병길 통일과 나눔 재단 사무국장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주기로 약속한 주식 2000억 원의 소유권이 아직 넘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대림산업 회장이 조선일보 펀드에 2000억 기부한 사연>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모금액의 10분의1 수준인 셈이다. 재단은 지난 7월 파일럿 형식으로 22개의 지원 사업을 선정했다. 총 552건의 사업 아이디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원 금액은 사업별로 500만원부터 최대 1억 원이다. 사업기간은 1년이다.
통일나눔펀드로 진행될 사업은 이렇다. 북한인권 정보센터가 2009년 이후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한다. 대입을 준비 중인 70여명의 탈북 청소년에게 50명의 대학생 봉사자가 영어를 가르친다. 농촌 정착을 원하는 탈북민에게 영농 기술을 가르친다. 복음통일을 내세우는 NGO ‘평화한국’(대표 허문영)이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통일강의에 나선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핵시설 등 북한 위성사진과 북한 자료를 무료로 공개한다. 김책공대 전 교수인 박노평씨가 남북의 언어를 비교하는 책을 쓴다. 6·25전쟁 이후 동유럽으로 간 북한 고아의 행적을 좇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산악인 엄홍길이 남북대학생 200여명과 휴전선 155마일을 걷는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시 인근 조선족 학교에 도서관을 짓는다.
이 사업들은 통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재단 측 설명에 따르면 북한 위성사진 공개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통일을 대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선정됐다. 탈북민 지원 사업의 경우 이들이 한국에서 잘 정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북한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통일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전병길 사무국장은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분들의 80%가 생활보호대상자다. 어른들은 경제적 약자이며 아이들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들이 남한에 온 걸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상 남북 요리 경연 대회는 남북이 합쳐진 퓨전 통일밥상을 만드는 과정이 남북 간 이질성 극복 등 통일과 연관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재단측은 해당 강의가 탈북자들에게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알려주는 시민교육차원에서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공감대 확산 사업을 비롯해 △남북 동질성 회복 △학술 연구 △통일 교육 △탈북민 지원 사업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유리한 행사나 연구결과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보인다.
지원 단체 가운데는 비공개 단체도 있어 의문을 낳게 한다. 이 단체의 사업명은 ‘북한경제개발 지원’이다. 전병길 사무국장은 “그 단체는 북한과 직접적 라인이 있어서 사업수행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사업주체와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재단의 인허가 관리감독은 통일부, 기부금 관련 관리감독은 행정자치부 관할이다.
전병길 사무국장은 “이 사업들은 선심성으로 (돈)주고 끝이 아니다. 일일이 관리감독을 다 할 것이다. 전경련-어버이연합 같은 지원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사업 대상자들에게 회계교육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재단 사업은 여러 신문사를 통해 홍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부산일보 매일신문 뉴데일리 등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일과 나눔 재단은 지난 7월18일 통일 의식 고취를 위해 부산에서 통일 강연회를 개최했다. 재단은 전국에서 강연회를 순회할 예정이다. 이날 강연에서 이영일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은 “우리는 도둑처럼 찾아올 통일에 대비해 국론통일, 탈북자들 보살피기, 지속적 인도적 지원, 종북·친북 세력 무력화 등 4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