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은 ‘개헌운동에 앞장서는 단체’에 가깝지만, 보수진영 내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대선 국면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도신당 창당추진위원회(추진위)는 2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조직을 구축 중인 중도신당 창당 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정당 이름을 공모한다”며 “다음달 6일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창당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당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꼽히는 이재오, 최병국 전 의원이 맡았다.  

중도신당 창당추진위는 ‘중도실용주의’를 노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요 정책이념은 동반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해소, 남북자유왕래를 통한 통일의 기반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개헌’이다. 추진위는 4년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행정구역 개편을 통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2원화, 중대선거구제 등의 개헌 방향을 제시했다.

▲ 중도신당 창당추진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오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개헌 전도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중도신당의 역할은 ‘개헌운동본부’ 정도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2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원만하게 됐으면 신당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여야가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 논의를 미루고 있어, 원외에서 개헌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정당 형태와 국민운동본부 형태, 투 트랙을 통해 국회에 개헌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이 집권정당으로서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면 보수성향을 지닌 ‘신당’ 논의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당권 주자인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3일 ‘MBC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만약에 이것(중도신당)이 끝까지 후보를 내고 간다면 보수 표는 좀 분열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며 “보수의 분열로 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열의 소용돌이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벌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8.9 전당대회에서 누가 친박 비박의 구도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 그리고 대선주자 라인업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에 대한 욕구는 계속 분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친박은 ‘친박 후보 옹립’을 내세울 것이고 이에 비박 진영이 ‘친박 후보로는 안 된다’고 맞서는 일이 반복되고, 이 흐름이 중도신당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장 이재오 전 의원의 중도신당이 성공하리라 보긴 어렵다. 정의화 의장도 중도보수 신당 이야기 했었는데 조용하지 않나”라며 “반면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 내 힘의 역학관계가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정병국, 주호영 등 비박 후보가 되든 이정현, 이주용 등 범친박 후보가 되든 새누리당은 계파갈등에 휘둘릴 것이고 신당에 대한 요구는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이 압수수색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일 강만수 전 행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P사 사무실, 건설업체 W사와 바이오업체 B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롯데 수사에 이어 검찰의 수사 칼 끝이 ‘전 정권’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우병우 민정수석 파문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는 우병우 수석을 내치라고 요구하지만 박 대통령은 끝까지 안고 갈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검찰 발 ‘전 정권 사정정국’은 새누리당 내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지난 4월 총선 당시 유세하는 모습.
임기 말 박근혜 정부가 사정정국을 통해 칼을 휘두르고 그 칼이 친이계까지 겨냥한다면 친이계는 생존투쟁을 위해 뭉쳐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로 인해 발생할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에서 이재오 전 의원의 중도신당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중도신당의 운명은 신당 자체의 역량보다는 새누리당 내의 역학관계에 달려 있다. 이 전 의원이 대선정국이 본격화될 1월 창당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영일 평론가는 “대권에서 정권재창출 가능성 높아지면 중도신당에 대한 요구가 사그라들면서 손잡고 결합할 가능성이 있지만 새누리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아지면 내부의 자중지란 격화되고 중도신당이 떠오를 수 있다”며 “현재의 가능성은 희박해보이지만 연말연초 대선정국으로 진입하면서부터는 반반의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친박계나 현 정부 차원에서 보기엔 상당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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