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부상과 브랜디드 콘텐츠의 진화, 그리고 플랫폼 다각화 전략. 단순 실험을 넘어 본격적인 혁신의 길로 나아가려는 해외 언론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2016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정기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해외의 많은 언론들은 생존의 위기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수용자가 선도하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기존 미디어의 거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던 신문의 종말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문협회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2016 해외 언론단체 연차총회 미디어 혁신사례 발표회’를 열고 INMA 총회 내용을 소개했다. 다음은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장의 발표 요약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독자 참여에 주목해야

해외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미디어 수용자다. 수용자가 미디어 생태계를 주도하는 환경에 발맞춰 독자의 미디어 소비를 빅데이터화하고 알고리즘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시도들이 해외 일부 언론에서 눈에 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별도의 도구를 개발할 정도로 독자 참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더 카운티드(the counted)’라는 독자 참여형 콘텐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 카운티드는 미국 내 경찰관과 보안관 등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민간인의 수를 통계 수치로 정리하는 블로그다.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철저히 양적 데이터로 만들어 하나의 콘텐츠로 유통시키는 전략이다.

▲ 가디언지의 더 카운티드(the counted).
독자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화시키고 이를 유료 콘텐츠 판매 전략과 연결시킨 언론사의 사례도 있었다. 미국 매체인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Constitution)은 개별 독자들의 접속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고, 특정 지역과 계층 등 각 독자들의 특성에 맞춰 이들이 관심있을만한 맞춤형 콘텐츠를 앱을 통해 푸싱하면서 다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모델이다. 가디언도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독자 정보를 빅데이터화시키고 각 독자에 맞는 프로모션을 만들어 제공하는 독자 관리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이들 언론사들의 공통점은 독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들고,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또 다시 알고리즘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독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통해 독자는 언론사에서 원하는 것을 얻고 언론사는 독자를 통해 생존 기반을 얻는 ‘윈윈’이 가능해진다.

독자 맞춤형 콘텐츠 제작 플랫폼을 설계한 사례로는 미국의 복스미디어가 있다. 복스미디어는 독자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독자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독자의 성향을 최대한 잘게 나누어 맞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복스미디어의 경우 독자들이 한 이슈에 대해 맥락을 모르더라도 복스미디어의 한 콘텐츠 안에서 사안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카드뉴스와 동영상 등 다양한 포맷으로 내용을 구현하는 ‘독자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 복스미디어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담은 한 콘텐츠. 퀴즈 형식으로 꾸며진 콘텐츠로 독자가 사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 언론들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층은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이르는 용어로, 기성 세대들과 다른 미디어 소비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의 모바일과 인터넷 PC를 이용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콘텐츠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사회적 유용성이 아닌 개인의 유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기성세대와 달리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교류에 익숙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동영상과 브랜디드 콘텐츠의 진화

동영상 뉴스를 만드는 것에서 좀 더 진화된 모습을 보인 언론사의 사례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동영상 안에 기사를 넣은 콘텐츠도 시도하고 있다. 동영상에서 텍스트를 활용하면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후에도 많은 언론사들이 동영상 안에 텍스트를 넣는 전달방식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영상의 제작을 고민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유통 시스템 구축을 해나간 사례도 있었다. 핀란드 매체, 소노마미디어(Sanoma Media)는 자사 동영상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례로 제시됐다. 거의 모든 언론사들의 전략이 동영상 콘텐츠로 집중되고 있는만큼 자사의 콘텐츠가 어떤 독자에게 어떤 반응을 미치는지 유통 이후 효과역시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중요하다.

브랜디드 콘텐츠역시 미디어 업계에서 수익성을 노릴 수 있는 하나의 혁신 전략으로 꼽혔다. 덴마크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인 엑스트라 블라뎃(Ekstra Bladet)은 브랜디드 콘텐츠로 큰 효과를 본 언론사의 사례로 제시됐다. 동영상 소비 시장에서는 독자들이 광고 콘텐츠임을 알더라도 참여도와 호응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이후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사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브랜디드 콘텐츠로 큰 효과를 본 덴마크의 엑스트라 블라뎃(Ekstra Bladet).
혁신을 꾀하는 여러 해외 언론 중 어떤 곳이 한국 언론사에게 유의미한 벤치마킹 사례일까. 김위근 팀장은 “해외 사례의 벤치마킹은 무의미하다. 자사와 한국 미디어 환경을 분석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디지털 퍼스트 전략과 모바일 맞춤형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수용자 분석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한국 내 다수의 중소 규모 매체 중 자사 독자 분석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비즈니스부터 얘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한국 언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이다. 떠나는 독자가 더 많은 상황에서 우리 언론들은 집토끼보다 산토끼에 대한 투자만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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