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여당에 반발해 새누리당 탈당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19일 오후 8시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 철회요구 촛불문화제에서 도희재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투쟁위) 총무재정분과 부단장은 “새누리당 탈당 신청서를 부스에서 받고 있다”며 “(성주군의) 새누리당 당원들이 모두 탈당신청서를 내 당사에 제출하러 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는 2000여명의 군민들이 참석한다.

투쟁위가 추산하는 성주군 내 새누리당 당원은 1만8000~2만명 정도다. 투쟁위의 추산이 맞다면 성주군민 약 4만9000명 중 약 4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중에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과 옛 한나라당 시절부터 가입돼 있지만 자신이 당원인지도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돼있다. 도 부단장은 “혹시 예전에 가입된 것 같은 군민들까지 모두 탈당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탈당신청서를 작성한 군민은 약 800명이다.

▲ 19일 오후 한 성주군민이 성주군청 광장에서 새누리당 탈당계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9일 밤 성주군청앞에서 열린 7일차 사드배치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성주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성주군민들은 국회의원, 군의원 등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탈당을 압박했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선출직 공무원들도 새누리당 탈당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드를 찬성하는 곳에서나올 것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항곤 성주군수는 “‘삭발하라’, ‘탈당해라’ 요구가 많은데 때가 되면 하겠다”며 “곧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겠다”고 말했다.

▲ 김항곤 성주군수는 '그만 포기하고 사드를 받아들이라', '외부세력이 폭력시위 이끌고 있다'는 등 여론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매우 힘들어 보였다. 군민들은 '군수님, 힘내세요!'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평화적 시위 강조 “외부세력 없다”

성주군민들은 ‘평화시위’하자는 뜻을 강조했다. 투쟁위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5만 군민은 스스로가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사드배치를 철회하라는 평화적 시위를 위해 모였다”며 “정부와 언론사들이 성주군민을 폭도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군민 여러분께서는 절대적으로 평화적인 시위를 해야겠다는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투쟁위 여성분과위원회에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군민들이 대통령에게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쓰도록 해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지 않았다. 황교안 총리에게 계란을 던지거나,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큰소리로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과 대비됐다.

백 위원장은 “백악관에 보낼 온라인 청원서 서명운동도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은 젊은 자녀들에게 청원서에 클릭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정부여당이나 일부 언론의 공격을 염두에 둔 분위기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성주군민의 의견은 ‘성주군민만의 평화적인 시위로 사드를 철회하자’로 수렴했다.

이날 모인 성주군민들은 “외부세력 웬 말인가, 새누리당 종편방송, 죽이 철철 맞네, 너희들도 외부세력, 우리국민 무시하고 미국말만 들으면서, 국민 없는 국가 있나” 등의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한 투쟁위는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투쟁에 필요한 성금, 양초나 현수막 등 투쟁 물품 등을 보내는 것을 홍보했다.

▲ '자신이 마실 물은 집에서 가져오자'라는 투쟁위의 부탁대로 생수를 집에서 가져온 한 군민이 생수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학생 보호, 노인 사드교육

성주군민들은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군을 방문했을 당시 수업을 가지 않고 각종 집회 및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경북도 교육청이 무단결근 처리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학생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 7일차 사드배치반대 촛불문화제에서 맨 앞줄에 앉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7일차(19일) 사드배치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성주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도 부단장은 “투쟁위에 학교운영위원분과가 있으니 군민들이 학교에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말고 성주학생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학생들이 언론에 이름이 나가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학생들 보호에 어른들이 철저하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자 할 경우 주변에서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김항곤 성주군수 역시 “나이 먹은 우리들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우리 어린 아이들은 이대로 살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노인들에 대한 사드교육도 공지했다. 백철현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투쟁위 여성분과위원회에서 지역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아직 사드가 무엇인지, 이런 무기가 왜 들어와서는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로당에 직접 찾아가 교육할 홍보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투쟁 초기 혼란분위기

성주군민들의 촛불문화재는 19일 기준으로 7일째다. 아직 정부나 언론을 상대로 한 투쟁에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 부단장은 “외부에서 성주군민이 싸우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나와 다른 의견을 개진하더라도 서로 비난하거나 누구를 물러가라고 하지 말고, 이를 외부에서 교란하는 수단으로 평가하라”고 말했다.

또한 매일 진행되는 사드배치 저지투쟁 관련 회의에 대해서도 투쟁위는 “이런 저런 의견이 많아 참가 자격이 있는 분만 참가토록 하겠다”며 “회의시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공지했다.

▲ 19일 저녁 8시 성주군청 앞에는 천오백여 군민들이 모여 7일차 사드배치반대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9살, 7살 딸과 함께 참석한 한 어머니가 딸들과 함께 ‘사드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보수언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외부세력 선동’과 ‘총리 감금’등의 프레임과 싸우고 있는 성주군민들은 21일 오후 2천여명이 서울역광장에서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성주군민 2000여명은 21일 서울로 가 서울역 광장에서 오후 2시부터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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