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이어지는 2016년과 2017년은 정치의 계절입니다. 정치뉴스가 가장 잘 팔리는 이 시기에 정치 기사는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가 됩니다. 미디어오늘이 정치혐오의 탈을 쓴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사실 속의 소설’ 정치기사 안에서 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도 있어요 이색후보 열전” 선거 때마다 쉽게 볼 수 있는 기사 제목 중 하나다. 거대 정당이 아닌 소수정당 후보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등장한다. “우리도 있어요”라는 기사 제목처럼 언론에서 소수정당은 잘 등장하지 않고, 등장하더라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후보와 동등한 위치가 아닌 ‘이색후보’로 소개된다.  

지난 4‧13 총선에 등록한 정당은 27개였다. 하지만 총선 관련 정치 기사의 대부분은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차지했다. 의원 5명을 보유하고 있던 원내4정당인 정의당마저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웠고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의 정책 발표 등은 아예 다뤄지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 4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혁재 정의당사무총장과 추혜선 비례후보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정의당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배제된 것에 항의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한국방송학회가 총선을 앞둔 4월1일 발표한 ‘20대 총선 관련 방송보도 분석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소수정당 보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드러난다. 3월2일부터 22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메인뉴스 중 선거관련 보도를 전수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후보 및 관계자는 기사에 835번(41.9%) 등장했다. 더민주 후보 및 관계자는 26%, 국민의당은 19.4%, 정의당은 0.3%였다. KBS뉴스9, SBS 8뉴스, JTBC 뉴스룸, MBN 뉴스8에서 정의당 후보 및 관계자는 단 1번도 출연하지 않았다.

원내4당 정의당도 ‘쩌리짱’ 취급하는 언론

기자 입장에서는 관심도가 낮고 지지율도 낮은 소수정당을 거대 정당만큼 다룰 수는 없다. 문제는 언론이 소수정당을 ‘겉절이’ 취급하면서 대한민국에는 2개, 나아가 3개 정당만 있다는 인식이 고정되고 새로운 대안과 실험 대신 기성 정당의 싸움과 공천 갈등이 난무하는 정치 기사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언론은 늘 정당과 정치권을 상대로 ‘싸우지 말고 일하라’고 하지만 정작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소수정당은 언론에서 묻히기 일쑤다.

원내4당의 위치를 차지한 정의당도 언론에서는 ‘겉절이’들 중 최고, ‘쩌리짱’ 취급을 받는다. 한국방송학회 분석 결과 새누리당은 전체 총선보도의 절반 이상(56.43%)에서 3문장 이상 언급됐다. 더민주는 37.39%, 국민의당은 24.43%의 보도에서 3문장 이상 언급됐다. 반면 정의당을 3문장 이상 언급한 보도는 전체의 0.81%에 불과했다.

▲ 무한도전 갈무리

정의당은 총선 기간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당 대표 초청 토론회에서도 배제됐다.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정의당은 5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이고 전국지지율은 10%에 육박하고 서울의 경우 20%에 육박한다”며 “정의당의 정책과 활동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들이 최소 300만 명이 넘고 여러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정책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보도량은 물론이고, 마땅히 조명 받아야 할 정책들도 알릴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7대 총선 이후 선거보도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거기에 더해 다야(多野) 구도가 만들어지고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3당 프레임이 공고해지면서 소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차지하는 영역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원내정당인 정의당이 이럴진대 원외정당들은 더 언론에 등장하기 어렵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3월14일부터 25일까지 방송3사와 종편4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을 다른 정당과 엮지 않고 단독으로 다룬 보도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언급만 된 경우를 모두 포함해도 22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보도량의 2.9%에 그쳤다.

단순히 양적으로만 부족한 것을 넘어 소수정당을 다룬 기사를 읽어도 정당의 입장이나 정책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줄 걸치기’로 보도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행위라며 강력규탄 한다고 밝혔습니다”(1월6일자 KBS 뉴스9) “정의당은 실망을 넘어 암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습니다”(1월13일자 KBS 뉴스9) 등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을 다루는 기사에서 정의당의 입장을 덧붙이는 식이다.

“우리도 셀프공천하고 컷오프해야 기사 나갈까”

소수정당이 언론에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인의 말을 옮기는 워딩 기사나 정치인이나 정당 간의 공방, 내부 계파 갈등이라는 점과 연관돼 있다. 유력 정치인을 보유하지 못하고, 따라서 권력 다툼도 별 기사거리가 되지 못하는 소수정당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흔히 참신한 정책으로 승부하려 한다. 하지만 정치인의 말이나 공방을 다루기에 바쁜 언론은 자연스레 소수정당에 무관심해진다.

김수민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은 “정책이나 의제에 대한 기사가 안 나가니 우리끼리 농담으로 ‘우리도 셀프공천하고 누구 컷오프하고 할까’라고 한 적도 있다. 물론 그래도 기사에 실리지 않겠지만 씁쓸한 현실”이라며 “그래서 언론 대응 말고 SNS나 다른 영역에 집중해야할지 고민도 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한 “김종인 대표가 최근 기본소득 이야기하니 언론에서 크게 부각시키더라. 녹색당이나 노동당이 정책 의제로 내세웠을 때는 다루지 않다가 김종인 대표가 말하면 다루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이라는 담론에 반대하더라도 언론에서 다룰 가치는 있다고 보는데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아예 외면한다는 것은 독자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에 한 줄이라도 나가려면 현안에 대해 바로바로 입장을 내놔야 한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갈등요소를 갖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언론에서 다루지 않다보니 중요하다기보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입장을 내야 한다.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예컨대 새누리당 대표가 뭐라고 하면 한 마디라도 해야 기사에 거론된다. 기자들도 정쟁이나 정치적 공방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총선에서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3당 프레임이 짜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많이 냈다. 4당인 정의당이 언론에 나와야 무소속이나 다른 대안 정당들이 한두 줄이라도 언론에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그대로 언론에서 배제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을 발표해도 정치적 공방이나 논란의 하나로 다뤄지기 일쑤다. 박종웅 노동당 언론국장은 “최저임금법 관련해서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했는데 지면에 보도될 때는 노동당의 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최저임금법에 대해 이견이 많다’는 식의 사회적 논란의 한 축으로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무관심은 소수정당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악의적이거나 불리한 보도가 나가도 바로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은 오보나 정당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도 금방 바로잡힌다. 예컨대 김종인 대표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가면 기자들이 전부 김종인 대표나 더불어민주당에 전화를 걸어 입장을 확인한다. 굳이 입장을 밝히지 않아도 많은 언론이 스피커 역할을 하고, 오보도 자연스레 바로잡힌다.

▲ 3월31일자 조선일보 1면

반면 소수정당은 이런 반론권을 부여받지 못한다. 정수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선거운동 첫 날 조선일보 1면에 민중연합당이 통합진보당 재건 아니냐는 기사가 올라왔고, 나의 과거활동을 다룬 기사도 나왔다. 보통 그런 기사가 나가면 다른 언론사들을 통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나오는 과정이 전개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여러 가지 사실에 맞지 않는 왜곡보도가 나가도 발언권조차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녹색당 단장 역시 “조선비즈 등에서 우리당의 기본소득 공약을 ‘황당공약’으로 분류하는 기사를 냈다. 반면 우리당이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발표한 양적완화를 비판하며 대항담론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했을 때, 이에 대해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수정당 얽매는 ‘야권연대’의 딜레마

진보성향의 소수정당이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야권연대다. 야권연대는 진보적인 소수정당 입장에서 딜레마다.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선거의 변수 중 하나로 취급받을 수 있다.

실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입장을 밝히면서 언론은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 정의당을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야권 통합 외치는 野 중진 지역구 사정’(3월12일) ‘분열 야권 3당 각개약진, 일여다야 구도를 넘어라’(3월24일) ‘국민의당 독자행보, 정의당 지역별 연대추진(3월25일) 등이 대표 사례다. 해당 리포트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전 대표의 행보가 다뤄졌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상 소수정당은 ‘야권연대의 한 축’, 즉 겉절이로 취급받기 마련이다.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 야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야권연대론’은 거대야당인 더민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레, 경향 등 진보언론도 총선에서 야권연대에 집중하면서 거대야당이 아닌 정당은 소홀히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 정치전문사이트 정치BAR는 4월1일 기사 ‘야권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을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에서 후보자에게 야권단일화를 압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후보를 만나면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고 ‘이번에 단일화 안 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 안 찍을 겁니다’라고 독설을 날리라는 내용이다.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한겨레가 국민의당에게 당 대 당 야권연대를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 독자와의 소통을 빙자해 국민의당 후보자들을 제재하는 행동수칙까지 만들어 게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3당이던 국민의당마저 이렇게 느낄 정도로 야권연대가 부각될수록 소수정당의 존재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은 “보수언론이 민중연합당에 대해 잘못된 기사를 써서 진보언론 기자한테 전화해도 ‘이 문제를 아예 안 다루는 게 총선에 이롭다고 본다’는 입장을 취하더라”라고 전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경향의 ‘야권연대 만능론’, 수혜자는 새누리당

진보언론이 소수정당을 잘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은 또 있었다. 한겨레 4월9일자 기사 ‘정당 투표, 어느 당 찍으시렵니까?’는 보도 이후 민중연합당의 항의를 받았다. 각 정당의 비례후보가 나와 정책·공약을 발표하며 ‘자신의 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한겨레 정치BAR 피티쇼’를 다룬 기사였다. 문제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6개 정당이 참석한 가운데 원외 진보정당 중 민중연합당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한겨레 측은 녹색당, 노동당은 ‘일정 기간 존속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한 정당’이라는 내부 기준을 충족시켰기에 초대한 것이고 민중연합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중연합당의 당원이 2만7천 명 가까이 됐고 지역구 후보도 56명 출마하는 등 원외 진보정당 중 가장 큰 규모였다는 점에서 민중연합당만 다루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론도 나왔다.

▲ 4월9일자 한겨레 1면

관련 기사 : 한겨레마저도 민중연합당은 외면?

소수정당의 제안 “기사를 같이 씁시다!”

소수정당은 언론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방식은 아예 언론과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하는 것이다. 녹색당이 경향신문과 함께 기획한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 시리즈가 대표 사례다.

녹색당과 경향신문은 이 기획기사에서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 송전탑 이슈, 대안 에너지를 활용하는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한국은 전기중독사회’라는 의제를 던졌다. 이처럼 언론이 소수정당의 정책과 의제를 다뤄주지 않는다면 언론과 협업해 기사화하는 방식을 한 가지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그래도 고민은 남는다. 김수민 녹색당 단장은 “경향신문 외에도 관피아 문제로 뉴시스, 프레시안과도 기획 기사를 만들었다. 오래 지속되는 기획보도일수록 언론보도가 부족한 점이 어느 정도 만회되는 부분은 있고 콘텐츠 자체도 호평을 많이 받지만 정작 ‘녹색당이 했다’는 점은 부각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떤 방송사는 단독을 줘도 그 방송사의 성과로 남고 우리당은 10초~20초 인터뷰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리더라”라고 설명했다.

* 정치기사 바로보기 시리즈

(1) 오보도 특종도 모두 말에서 나오는 ‘사실속의 소설’

(2) 혐오라는 이름의 편향, 정치혐오는 누구의 편인가

(3) ‘친노 패권주의’ 진짜 조중동이 만들었나요

(4) 친노패권은 있는데 왜 친박패권은 없나

(5) 정책기사 쓰라고? 쓰고싶어도 못 쓴다

(6) 정치보도 홍수시대, 종편이 정치보도를 망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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