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UHD 송수신 표준이 인터넷망과 연계한 서비스가 용이한 미국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UHD 도입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테나 내장, 콘텐츠 보호장치 설치 등을 두고 TV제조사, 유료방송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미국식 결정의 의미, “쌍방향서비스 할 것”

지상파 방송사들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구성된 UHD표준방식협의회는 4일 공청회를 열고 미국식이 적절하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UHD영상을 송수신하는 방식에는 유럽식(DVB-T2)과 미국식(ATSC3.0)이 있다. 최신방식인 미국식은 주파수 효율이 좋아 동일한 주파수대역에서  UHD TV 방송 뿐만 아니라 재난방송, 모바일HD방송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게 이점이다.

지상파가 미국식을 원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인터넷망 연동 서비스를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은 방송신호를 모두 인터넷과 같은 IP신호로 전송한다. 지상파는 UHD 도입을 통해 단순한 화질개선만 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유료방송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쌍방향 서비스를 전면 도입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식을 도입하면 지상파는 자체적으로 VOD는 물론  방송에 나오는 인물이나 상품에 대한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하나의 방송에서 다양한 앵글을 선택해서 보거나 하나의 중계영상에서 중계음성을 국가별, 팀별 등 다양한 버전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유료방송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IPTV와 케이블이 지금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에 지상파가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상혁 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 국장은 방청석에서 “지상파가 OTT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 같은데, 지상파가 해야 할 적절한 서비스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과금이 목적이라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VOD 서비스 도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낙준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인터넷망을 이용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건 기존에도 가능했던 스마트TV를 통한 일반적인 서비스의 확장 차원으로 본다”면서 “다만 VOD 외에 다른 기능을 도입하려 한다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KOBA 2016' SBS 전시부스. 오른쪽 모니터는미국식 표준을 지정할 경우 UHD가 단순히 화질 개선만 되는 게 아니라 IP와 연동을 통해 VOD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사진=금준경 기자.

삼성·LG “TV에 안테나 왜 넣어야 되나”

우여곡절 끝에 표준은 가닥을 잡았지만, 산적한 과제는 여전히 많다. 특히, UHD안테나 내장여부는 지상파와 TV제조사의 이견이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지상파는 TV제조사가 UHD TV를 제작할 때 UHD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임중곤 KBS UHD팀장은 “수백만원 들여 TV를 샀는데 안테나가 없어서 수신을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UHD수신을 위해선 UHD 안테나가 필요한데 시청자가 직접 구입하게 하는 건 비용문제도 있을뿐더러 번거롭다. 가뜩이나 직접수신율이 낮은 지상파 입장에서는 안테나 내장을 통해 직접수신율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TV제조사들은 안테나를 내장하면 TV단가가 1만~2만 원 가량 올라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만을 위해 안테나를 내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전병환 삼성전자 상무는 “TV안테나가 내장된 TV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필 LG전자  연구위원은 “직접수신율이 높다면 제조사에서 안테나를 내장할 수 있겠지만, 직접수신율이 10%도 안 되고 UHD도 수도권에만 우선 도입된다“고 말했다.

암호화도 논란, 불법 잡겠다 vs 협상 목적

콘텐츠 보호 기능을 UHD TV에 탑재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지상파는 UHD방송을 암호화해 송출할 계획으로, TV제조사들은 시청자들이 인증을 통해 암호를 해제하는 ‘콘텐츠 보호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지상파는 암호화를 통해 저작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처럼 방송과 동시에 영상을 복제해 방영이 끝난 직후부터 유통되는 불법파일을 차단하겠다는 이야기다. 임중곤 KBS UHD추진단 팀장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이걸 막고 정당한 대가가 지불돼야 콘텐츠 유통시장이 살아나고, 한류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의 콘텐츠 보호기능탑재가 셋톱박스 단가를 올리고, 콘텐츠 송출을 통제함으로써 재송신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지상파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나”라며 “재송신 대가를 높이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암호화해 협상국면에서 재송신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제조사 역시 회의적이다. TV 단가가 올라가고,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모델과 달리 국내용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지상파가 회원사인 방송협회는 지난 1일 설명자료를 내고 “암호화 장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소프트웨어 설치단가는 1000~2000원 수준으로 높지 않고, 방송사도 가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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