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김일성 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외삼촌에겐 훈장을 수여했지만 같은 케이스인 김일성 전 주석 부모에 대한 훈장 서훈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애매한 말로 해명했다. 비슷한 사례인 김일성 일가에 대한 훈장 서훈 기준이 달라 국가보훈처가 ‘실수’를 덮으려다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일성 전 주석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유지한 이유로 “해방 이전에 사망해 (김일성 일가와) 연관 지을 수 없다고 해 공훈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8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승춘 보훈처장은 “2012년 당시 공훈심사위원회 공적심사위원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고 본인 행적만 가지고 심사할 뿐 연관성을 따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그러나 “같은 논리라면 김일성의 부모인 강반석(모, 1932년 사망), 김형직(부, 1924년 사망)도 서훈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검토하겠다는 답변에 대해서는 “사실을 검토해서 보고하겠다는 것이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 담긴 건 아니다”고 한번 더 선을 그었다. 

강진석이나 김형직·강반석의 경우 독립운동을 했고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에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국가보훈처의 훈장 서훈은 기준이 달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강진석은 서훈을 받았고 김형직과 강반석은 검토 대상이 됐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훈처가 2012년 애국장 수여자 중 김일성 외숙인 강진석이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정부가 북한 정권 참여자는 물론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에게 서훈한 전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검증 부실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며 “강진석이 김일성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독립운동사 전공자들에게 상식이며 인터넷 상에도 공개돼 있어 심사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과 민족문제연구소는 박승춘 처장이 취임 직후인 2012년 초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을 대폭 물갈이 하면서 ‘비전문가’가 서훈 심사에 포함돼 이 같은 ‘사고’가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보훈처는 당시 심사위원 50명 중 23명을 한 번에 교체했다. 교체된 인사들 중에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등 권위 있는 독립운동사 전공학자들이 포함됐다. 당시 교체는 박승춘 보훈처장 취임 직후로 ‘정치적 의미’의 물갈이로 평가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독립운동사가 아닌 정치·사회학 등 다른 분야 전공자를 포함시켰다고 보훈처가 해명했지만 관련 학계에서는 권력 의중에 맞춰 무리하게 뉴라이트 학자들로 대거 교체했다고 본다”며 “새로 충원된 심사위원 대다수가 우편향 역사인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학자들이거나 독립운동사와 무관한 비전문가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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