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참정권의 역사를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참정권)를 보는 도중 남성 관객에게 폭행 당한 여성 관객이 자신을 '옆자리女'라고 보도한 언론에 항의했다.

피해 관객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가장 화나는 부분은 파이낸셜뉴스의 '옆자리녀'란 표현과 위키트리가 '논란'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는 27일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 제목을 ‘“팔 안 치운다” 옆자리女 폭행 혐의 40대 조사’로 뽑았다. 하지만 피해 관객의 항의 이후 현재는 ‘영화관서 “팔 안 치운다” 옆자리 여성 폭행 혐의 40대 남성 조사’로 바꿨다.

▲ 영화관에서 폭행 당한 피해 관객은 자신의 트위터에 언론이 자신을 '옆자리女'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의견을 남겼다.
피해 관객은 해당 보도에 대해 “나는 휴일 영화를 보러 간 관객이고 옆자리 남성에게 테러를 당했다”며 “왜 제가 '옆자리女'라는 비칭으로 레이블링(특정 집단에 부정적인 정체성을 부여하고 배제한다는 뜻) 돼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관객은 “직접 기자에게 항의했고 수정 이후 사과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여성이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기사 제목에 ‘○○女’라고 사건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에는 시민들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성평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든 가해자일 경우든 상관없이 ‘○○女’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여혐 비판하면 남혐인가요? 언론의 2차가해>

<관련기사: 염산남은 없는데 염산녀는 있다?>

피해 관객이 분노한 또 다른 보도는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가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폭행 논란’이라는 제목을 쓴 것이다. 피해 관객은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제가 신고하기 전에 복수의 영화 관객들이 폭행 장면을 목격했는데도 때리지 않았다는 범인의 말만 듣고 '논란'이라고 표현했다”며 “나중에 수정되었지만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역시 당사자의 항의 이후 현재는 ‘논란’이라는 부분을 빼고 ‘여성참정권 영화 상영 중 폭행 사건 발생’이라고 수정됐다.

▲ 영화 '서프러제트' 포스터
앞서 26일 오후 서울 강변 한 극장에서 ‘서프러제트’를 보던 한 남성은 옆자리 여성 관객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을 때렸다. 피해 관객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여성을 향해 “구멍 두 개” 등의 여성비하적 욕설을 하고 왼쪽 얼굴 광대뼈를 폭행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다른 관객들이 남성을 저지하자 “왜 요즘에는 여자들만 보호해주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또 다시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참정권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보는 장소에서 여성 관객에게 여성비하적 욕설을 한 후 폭행을 한 점과 가해자가 저지를 당한 후 “여성만 보호한다”고 외친 것도 주목된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 광진경찰서는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재 가해자는 입건한 상태”라며 “가해자가 폭행을 부정하고 있지만 다수 목격자들의 증언 등이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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