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대학생 명예기자 1기로 활동하고 있는 장재란 기자의 첫 기사입니다. 대학언론의 위기에 대한 기사가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고 미디어오늘도 여러차례 기획 기사를 쓴 적 있습니다만 이 기사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언론의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고민하는 기사입니다. 미디어오늘 대학생 명예기자들의 활약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맥이 탁 풀릴 때가 있다.”

가톨릭대 학보사 박상지(가명, 26)기자는 학교 커뮤니티에 오른 ‘학보사 장학금 주지 말라’는 글을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박씨는 “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하는데, 학생들이 ‘필요 없다’고 외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의 위기는 가톨릭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언론의 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대학 언론 내부 구조로 인한 내부적 요인,
둘째, 대학 본부·대학 사회에 의한 외부적 요인,
그리고 학생사회의 변화다.

첫째, 내부적 요인은 일단 기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 지면의 발행 주기가 길어 이슈 대응에 뒤처지는 게 크다. 기자가 부족해 신문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대학도 있다. ○○대신문사 박서영 기자는 “작년에 기자 4명이 12면에 이르는 신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습기자 지원자는 턱없이 적었고 겨우 2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상지대신문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박다효 편집국장은 “올해 수습기자가 4명이나 지원했다”며 “굉장히 많이 지원한 편인데, 실제로 2명만이 함께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 대학 언론 전 현직 간부가 모여 만든 데드라인의 ‘대학 언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자 수가 10명 미만인 대학 언론이 49.4%였다.

취재와 기사 작성에도 상당한 시간이 들지만 지면 발행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기까지 시간도 상당하다.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내 이슈에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학주보 권오은 전 편집국장은 최근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15개 학보의 사건 기사 126개를 분석한 결과, 사건이 발생하고 기사 발행까지 평균 8.6일이 소요된다”며 “발행일에 맞춰서 기사들이 쏟아지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사 발행 후, 페이스북 게재까지 평균 2.98일이 소요된다. 결국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페이스북 게재까지 총 14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권범철 화백.
둘째, 외부적 요인으로는 편집권 침해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대학 언론이 재정적으로 대학 본부에 종속돼 있는 구조인 데다 애초에 편집권의 개념조차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언론의 1차적인 비판·감시 대상이 대학 본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태생적 한계가 언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배반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상지대신문의 경우 ‘김문기 체제’가 다시 들어선 이후 자유로운 기사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지대신문사는 지난 3월28일부터 발행 중지됐다.

상지대신문 박다효 편집국장은 “당시 주간 교수로부터 ‘너네 마음대로 할 거면 주간이 왜 있느냐’, ‘학내 갈등 상황을 보도하지 말라’와 같은 막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상지대신문사 주간은 2014년 김문기 체제가 들어선 이후 입학홍보처장이 맡게 됐다. 박다효 편집국장은 “입학홍보처는 노골적으로 대학 언론을 학교의 홍보물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대학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대학 언론 실태조사’에서 총장 직속으로 있는 대학언론은 54.7%, 학생처 소속은 16.3%, 홍보처 소속은 1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립적 지위를 가진 곳은 18.4%에 불과했다. 실제로 총장 직속으로 편재된 대학 언론의 경우 주간 교수가 총장을 대신해 편집권을 가지고, 총장이 신문 배포 권한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2013년 발행 중지 됐던 가톨릭대 학보사의 김상현(가명, 25)기자는 “총장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간 교수가 자신에게 ‘편집권이 있음’을 주장했다”며 “당시 학칙을 들고 와서 기사를 자유롭게 쓰는 행위가 ‘학칙 위반’임을 주장했다”고 이야기했다.

○○대신문사도 일상적 편집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대신문 박서영 기자는 “주간 교수와 교직원이 서로 상의해가며 우리 기사를 마음대로 고친다”며 “기사를 써도 학교측 맛에 맞게 고쳐서 발행되니 무기력해진다”고 토로했다.

▲ 성대신문이 2013년 삼성 관련 기사를 실으려다 학교측의 반대로 결호 사태를 겪으며 '언론의 자유 장례식'을 알렸던 포스터.
셋째, 학생 사회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 공동체의 붕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학생들의 공통 관심 주제가 없고 애초에 대학 언론이 다루는 학내 이슈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 김혜원(26)씨는 학부시절 대학 언론 대신 외부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대학내일을 주로 봤다고 했다. “취업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것. 김씨는 대학 언론을 읽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수업 듣고 바로 학원, 스터디, 집에 가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대학 사회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또한 “현실적으로 (대학 신문을 읽어서) 지금 대학생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합리적으로 봤을 때 대학 신문 읽을 시간에 내 공부하는 게 더 빠르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나정훈(26)씨는 학내에서 학제 개편 반대 운동을 하던 중, 함께 하던 선배로부터 ‘어차피 우리가 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학과가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대충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나씨는 그 때 일을 회상하며 “자신의 학과가 없어진다는데 충격적이었다”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다. 취업하기 위해서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효율적으로 선택해야 했을 거다”라고 답했다.

대학신문이 학교생활에 유용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덕성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경하(26)씨는 “대학 신문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대학신문보다는 대학커뮤니티에서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정보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영어영미문화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이건(25)씨는 “포털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가 학보에 실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학 본부, 총학생회의 비리 등과 같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학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도 대학 신문을 챙겨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다.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한 정광채(26)씨는 자칭 ‘학보수집가’다. 여행을 다닐 때도 그 지역에 위치한 대학신문사를 방문해 신문을 챙겨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대학, 총학생회에서 하는 제도, 사업 등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다른 대학에서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대안이 나오는지 등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알바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대 이가현(24)씨는 “대학 언론은 지속적으로 대학 본부와 학생사회의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물론 학보로 즉각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그보다는 현재의 우리 공동체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이 생존할 길은 있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학 언론이 학생들의 정보소비욕구, 취향 등을 못 따라가고 있다”며 “대학 언론이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고민하는 것이 위기 해결의 실마리”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대신문 곽효원 편집국장은 “학생들이 주독자인만큼 학생들이 궁금할 만한 학내 사안을 심층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에게 대학신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톨릭대 학보사 김상현 기자는 “학생들에게 대학 언론 존재를 상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속보 기사는 SNS부터 게재하는 노력과 더불어 (SNS에서) 생일축하 글도 남기는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대학주보는 중간고사 기간에 드론을 이용해 교정을 촬영한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 조회 수는 4000회에 육박했다.

대학 언론이 할 일은 아직도 많다. 대학 언론 기자들이 다양한 실험과 고민을 이어갈수록 대학 사회의 희망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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