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맡는 2020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껏 방상훈-방준오로 이어지는 조선일보 차기 경영권 승계 작업은 중앙일보의 홍석현-홍정도와 비교했을 때 속도가 더디다는 언론계 평가가 있었으며, 이는 방 사장의 삼촌인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지분과 사내 영향력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8일 방우영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40여 년 간 조선일보를 경영했던 방일영-방우영 한 세대가 막을 내렸고, 경영권 승계 작업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제 경영권 승계 작업은 온전히 방상훈 사장의 의지에 달렸다.

▲ 왼쪽부터 방응모,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승계 시점은 임박하고 있다. 방 사장은 올해로 23년째 사장직을 맡고 있는데, 이변이 없는 한 계초 방응모가 1933년 조선일보를 인수한 이래 역대 경영자(방응모-방일영-방우영) 가운데 가장 긴 재임기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방상훈 사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68세다.

방상훈 사장의 장남이자 현재 조선일보 임원실 이사대우인 방준오씨는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그는 1974년생으로 올해 42세이며, 사내에선 신중하고 온화한 성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3년 언론연감 기준으로 7.7%의 조선일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2003년 10월 조선일보 편집국 수습기자로 특채 입사했으며, 워싱턴지국에서 3년간 일한 뒤 도쿄지국을 거쳐 2009년부터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방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제작및편성 담당 상무는 방송경영을 전담하고, 방준오 이사대우는 조선미디어그룹 전반을 경영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간의 관심은 경영권을 이어받는 시점이다.

조선일보 내부에선 창간 100주년을 맡는 2020년이 경영권 승계에 있어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창간 10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의 재 창간 내지는 전면적 혁신을 선포하며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개라는 해석이다. 방준오 이사대우는 2020년 46세, 방상훈 사장은 72세가 된다. 방상훈 사장은 45세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 조선일보 주주구성.
조선일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목할 존재는 방우영 전 회장의 장남이자 현 조선일보 이사인 방성훈 스포츠조선 사장이다. 그는 방상훈 사장(30.03%)에 이어 조선일보 2대 주주(21.88%)로 알려졌다. 2010년 언론연감에 따르면 방우영 전 회장의 지분이 3.4%인데, 해당 지분이 방성훈 사장의 우호지분이라고 가정하면 그의 지분은 25.28%다. 방일영문화재단(15%)이 방성훈 사장을 지지하게 되면 단숨에 최대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일종의 ‘잠재적 경쟁자’다.

방성훈 사장 역시 2000년 조선일보 편집국 기자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방성훈 사장은 방준오 이사대우보다 1살 많다. 사촌 관계인 방상훈 사장과 방성훈 사장과의 관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방상훈-방준오 경영승계 과정에서 방성훈 사장이 2대 주주로서 지분에 합당한 권한이나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방우영 전 회장이 방상훈 사장의 친구 3명에게 소송을 제기해 조선일보 주식 3.7%를 회수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두 집안과의 관계에서 법적인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발행부수 1위·유료부수 1위 신문사의 경영권은 언론계의 주요 관심사다. 방상훈 사장이 방씨가 아닌 전문경영인에 경영을 맡기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시나리오는 대를 거듭해온 가족 세습 경영 에 비춰볼 때 희박해 보인다. 물론 방응모씨의 납북 이후 신문사가 위기를 겪던 1952년 장기영 한국은행 부총재에게 조선일보 사장을 맡겼던 예외적 사례도 있다. 방상훈 사장으로선 경영 승계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일부 직책을 최근 변동사항에 맞춰 수정합니다. 편집자 주 5월30일 17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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