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살인사건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두고 언론들이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조성호씨가 SNS에 올린 글과 사진 등은 그대로 기사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7일부터 10일 오전까지 ‘조성호 얼굴’로 검색되는 기사는 310건에 이른다. 문제는 언론 보도 대부분이 ‘공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피의자, 잘생겼는데”라며 장사하는 언론

조선일보는 조씨의 얼굴이 공개되던 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서른살 조성호, 이렇게 생겼습니다”라며 관련 기사를 소개했고 TV조선은 조씨의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린 사진에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잔혹한 마음이 숨어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제목으로 ‘승부’하는 인터넷 언론들은 더 가관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신창원·강호순·박수경 이어 조성호도 팬클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성호의 얼굴은 흉악범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까운 모습”이라며 “조성호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고 있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는 “범행 후 SNS에 인생 계획부터 데이트 약속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서울신문도 “살해 후 태연히 데이트 약속 잡아… 막상 당일엔 ‘구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코리아프레스 기사 제목은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범인 얼굴 공개 ‘잘 생겼는데 왜’”다. 

▲ 피의자와 관련한 온라인 기사 제목
조씨의 얼굴을 왜 알아야 하나요

언론들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조씨의 얼굴을 공개하고 관련기사로 ‘어뷰징’을 할 수 있는 건 ‘공익’ 이라는 명목이다. 언론들은 “피의자 얼굴 공개 왜?”라는 제목의 기사도 쏟아냈는데,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을 위해 조씨의 얼굴이 공개됐다는 내용이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제8조1항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 등의 요건이 성립하면 피의자의 얼굴 공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은 이 조항을 근거로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조씨의 얼굴 공개가 왜 알 권리인지 짚어주는 기사는 보기 어렵다. 헌법학자 허영의 ‘한국헌법론’에 따르면 ‘국민의 알권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의사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조씨의 얼굴은 해당 사건(토막살인)과 관련한 의사형성에 어떤 필요한 정보일까? 해당 범죄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공적 사안’이지만 조씨의 얼굴은 그렇지 않다. 법원도 범죄 사실과 범죄자를 구분하고 있다. 정정훈 변호사는 “범죄 사실은 공적인 관심사이나 범죄가 누구냐는 공적인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의 용의자 조성호가 1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동의 주거지에서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어차피 감옥에서 못 나올텐데 범죄예방 효과?

범죄예방 효과도 마찬가지다. YTN은 “‘피의자 신상공개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미리 알고 피하도록 하기 위한 겁니다’ 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는데 이는 사실상 ‘틀린 말’이다. 지금까지 얼굴이 공개된 이들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재범은커녕 사회 복귀 가능성이 낮다. 

잠재적인 범죄 예방과 관련해서는 연관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해당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2010년 이후 살인 건수는 2010년 1262건에서 지난 2014년 938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얼굴 공개’와 곧장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강호순 사건 당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이름이 밝혀졌을 때 대중이 잠재적 범죄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념 또한 경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 사진=이치열 기자
옥시와 토막살인, 어느 것이 더 중대한 범죄일까

게다가 해당 조항은 법 이론적으로도 논란이 많다. 이무선 고려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 발표한 “강력범죄피의자의 얼굴 공개의 정당성 여부”에서 해당 조항이 과잉금치 원칙(헌법 제10조, 헌법 제17조),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위반이며 따라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국가 안정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 질서유지와 공공복지가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침해는 명확하지만 이익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이 ‘갖추어야 할 요건’ 이라고 규정하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이라는 부분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범행수단의 잔인함과 중대한 피해의 구체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준이 정해진다 해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가령 배우자와 두 딸을 한꺼번에 숨지게 한 ‘서초구 세 모녀 살해사건’과 이번 사건 중에 어느 것이 더 잔인한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결과 보고서를 조작하고 전문가의 주의를 무시해 1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옥시’ 사건과 이번 사건 중 어느 것이 더 ‘중대한 피해’인가. 

그럼에도 언론 보도는 단지 법에 이런 규정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일보는 조씨를 두고 “평범해서 소름이 돋는다”고 했는데 더 ‘소름돋는’ 건 이 같은 알 권리를 내세워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고 클릭질을 유도하는 언론이다. 알 권리는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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