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총선 최대 승자는 국민의당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지역 의석수에 타 지역 의석수,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하면 최대 35석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한국 정치 역사상 제3당 의석수로 보면 단연 최고 수준이다. 벌써부터 국민의당이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하지만 제3당 실험의 성공이라는 평가 뒤에는 야권 분열 책임론과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난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제3당 실험 성공 여부를 단순히 의석수로 따질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층이 실제 표심으로 나타났을 때 이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최대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을 지지하는 30% 가량의 집단이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에 기반한다. 그리고 해당 집단은 기존 양당 지지층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유형의 지지층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 2013년 최종숙 강사(당시 충북대 사회학과)는 <복합적 유권자층의 등장? 안철수 지지집단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안철수 지지층은 통상적으로 진보주의로 분류되는 성향의 일부와 통상적으로 보수주의로 분류되는 성향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복합적 유권자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들은 진보적 성향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보수적 성향인 물질적 성공과 신중한 대북정책 지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질적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국민의당과 대표 안철수의 지지층은 지난 2012년 불었던 개인 안철수 현상 속 지지자들과 분명 다르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 안철수 지지 집단의 유형이 복합적이라는 분석은 유효하다는 것이 최 강사의 주장이다.

최 강사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 가상대결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지집단으로 놓고 이들의 의식을 조사했다. 3자 대결 구도에선 안철수를 지지했지만 안철수 대표가 사퇴 후 박근혜 후보 쪽으로 지지를 이동한 사람들을 ‘안철수 우파’, 문재인 후보 쪽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안철수 좌파’로 규정하고 의식을 조사했더니 안철수 지지 집단 총 비율 36.1%에서 안철수 우파의 비율은 12%, 안철수 좌파의 비율은 24.1%로 나타났다.

18대 대선 후보 지지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안철수 지지집단은 여성보다는 남성, 2040세대, 대학재학 이상의 고학력집단, 중간소득집단, 지역적으로 서울과 호남거주자, 이념적 진보의 특성을 보였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집단의 주요 쟁점에 대한 가치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북정책과 관련해 안철수 지지집단은 박근혜 지지집단과 문재인 지지집단의 중간 정도로 파악됐다.

또한 안철수 지지집단은 경제성장보다는 복지 확대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박근혜보다 문재인 지지집단에 근접했다. 반면 물질적 성공에 관련한 욕구에 대해선 박근혜 지지집단에 근접했다.

같은 조사를 2013년에 조사한 결과 안철수 지지집단은 대북 정책에서 좀더 보수화 경향을 보이면서 박근혜 지지 집단 쪽으로 가치성향이 이동한 것으로 나왔다.

최 강사는 "안철수 지지 집단은 일관성을 가지고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거나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기보다는 특정 영역에서는 보수적 가치를 또다른 특정 영역에선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복합성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주의자들이 봤을 때 안철수 지지집단은 완전히 보수적이지도 않지만 진보주의자들이 봤을 때도 완전히 진보적이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 손쉽게 갈라설 수 있는 집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복합적 유권자층으로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강사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세와 관련해 "2012년까지도 안철수는 가치 상징이 있었고 이념적 분석으로도 풍부한 함의를 가지고 있었다"며 "현재 나타난 표심은 안철수 지지집단 중 호남지역민들의 호남 홀대론과 노무현 정권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발현돼 일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강조했던 양당체제 극복, 기성 정치권의 대한 불신이 호남에선 기성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토로 나타났고, 서울에서도 지역 기반을 가지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형세를 갖춰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의 셀프 공천 논란, 비례대표 후보 자질 문제에 대한 불만을 적극 활용해 국민의당이 지역 기반의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이고 수도권 바람까지 예상할 수 있다고 최 강사는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 자민련'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기성정당의 불만을 대변해주는 정당에 대한 표심을 기존 지역주의 정당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라는 반론이 돌아왔다. 

최 강사는 "호남에 기반한 보수화된 사람과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못하고 헤매는 층위들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안철수는 일관된 보수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안보는 보수적이지만 복지와 경제, 깨끗한 정치 등을 보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양당체제 안에서 흩어져 있었던 지지층이 모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성 정치권 불신이라는 구호로 총선을 치루면서 제3당의 포지션 전략을 취했다면 대선에선 해당 전략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총선에서 제3당 지위를 강점으로 내세워 여야 모두를 불신하는 모습을 지역별로 차별성있게 부각시켜 활용할 수 있었지만 대선에서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고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강사는 "안철수 대표는 완성형 리더십이 아니다. 기성 정치 불신 구호는 총선이기 때문에 먹히는 것"이라며 "정치 중심의 불신을 가지고 선거를 하는 것은 총선에서 끝내야 한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갖지 않으면 제3당 포지션 전략이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지지층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야권분열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면서 그 반작용이 이번 총선의 결과로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라남도 완도 출신인 황경암(37)씨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선거 과정을 지켜보고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자신의 명분만 중요하고 상대의 의견은 불의로 치부하는 오만과 독선이 만연했다"며 "특히 이번 선거기간 동안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기꺼이 연대의 장으로 나오게 하려는 어떤 시도나 노력도 하지 않고, 시종일관 야권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는 압박으로 일관하는 등 더민주와 그 지지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비상식적이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호남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짐을 지우고 맘에 들면 찬사하고 맘에 안들면 손가락질 하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꺾이니 당장 태도 변하고 훈수를 두고 굴레를 씌우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 호남홀대론이 나오고 영남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오고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게 아니냐.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왜 자기들 울타리에 가둬서 이용하려고 하느냐. 그게 독선과 오만이라는 것”이라고 혹독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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