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3880원에 불과한 임금에 6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불안한 고용관계에 폭언 등 인권침해에도 시달린다. 이들은 방송작가다. 이들이 자신들의 열악한 삶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데 뭉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작가 64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11일부터 11월22일 까지 실시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방송작가들의 삶의 환경을 객관적 지표로서 확인해보자는 취지다. 방송작가들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과 과도한 노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인권 침해 환경에도 노출돼있었다.

▲ 16일 오후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렸다. 출처=언론노조.
해당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막내작가의 시간당 임금은 388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작가는 1만1106원, 서브작가는 6801원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방송작가의 월 평균 급여는 170만6070원이었고 150만원 미만을 받는 이들도 응답자 중 49.9%에 달했다.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3.8시간에 달했다. 특히 막내작가들은 월 평균 55.7시간에 달하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에 의한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넘게 일한다고 답한 이들이 47.1%이 넘었다. 휴일근로를 포함한 1주간 최대 노동시간인 68시간을 넘게 일하는 이들 조차 20.2%나 됐다.

언론노조는 이번 실태조사를 방송작가유니온과 함께 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현직 방송작가들과 언론노조가 함께 방송작가 및 현직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구성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방송작가들이 바꾸고 싶어하는 업무환경으로는 낮은 급여(24.3%), 강한 노동강도(19.5%), 고용불안(12.9%), 불방 및 결방 시 급여 미지급(12.9%) 등이 꼽혔다. 

▲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출처=언론노조.
현재 방송작가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아니다.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직접고용은 커녕 소설가가 ‘고료’를 받듯이 프로그램 회당 원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 받는다. 4대 보험에 가입한 방송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방송작가의 경우 판례에 비춰봤을 때 노동조합법 상 노동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조합 조직화를 통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방송작가들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에 직접 고용돼있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관계 당국의 공식적인 실태조사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돼있다. 그래서 방송작가유니온을 구성하고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최근 방송시장의 변화로 방송콘텐츠는 광고를 받기 위한 생산수단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성격이 전환됐다. 방송사의 편성에 종속된 노동형태가 아닌, 정확히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 노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방송작가들도 노동자로서 합당한 기여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나 콘텐츠진흥원 등 정부에서도 방송 콘텐츠 거래 상황이나 1년 간 방송 제작 인력의 고용 조건 등 파악해 현재 방송 제작 스텝들의 노동 조건과 계약 상황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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