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은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느닷없이 논조가 극우로 바뀌었네.”

미디어오늘의 한 기자가 이와 같이 말했다. 보수 인터넷 매체 ‘미디어펜’이 2012~2013년만 해도 보수적이었을지언정 극우 성향은 띠지 않았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180도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미디어펜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시장경제 창달 인터넷 정론지’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이 매체가 쏟아내는 일부 기사를 보면, 정론이라고 하기에는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경제 위기는 ‘기득권 노조’에서 촉발된 것이고 좌파 시민단체들은 국가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수 편향 매체의 전형성이 눈에 띈다. 비슷한 논조로는 보수 논객 변희재가 운영하는 미디어워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 조우석 미디어펜 주필이 지난달 1일 기고한 ‘김정은 찬양?…한겨레發 ‘붉은 물결’을 차단하라’ (사진=미디어펜 화면)
주필은 꽤 유명 인사다. 그는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제2의 광우병 파동’으로 규정하고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에 대해 “풀뿌리 우파시민운동에 희망적”이라고 평했는데 뉴라이트 인사로 유명한 조우석 KBS 여당 추천 이사다. 이 매체 성향을 보여주는 가늠자(者)다.

지난 1월 폭로된 ‘MBC 녹취록’의 주인공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도 2015년부터 이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이 매체에서 검색되는 칼럼 <동성애자, 민중총궐기로 ‘더러운 좌파’를 증명하다>, <한겨레 도 넘은 ‘신영복 우상화’…대한민국 체제 도발> 등이 그의 글이다.

미디어펜은 김아무개씨(47)가 2008년 창간한 인터넷 매체다. 보통의 소규모 인터넷 매체가 그렇듯 기자 3명 안팎으로 굴러가는 영세 매체였다. 소규모 매체가 기자를 구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디어펜은 ‘포털 장벽’을 넘게 된다. 2013년 5월경 네이버와 뉴스검색제휴를 맺게 된 것이다. 창간 5년 만의 일이었다.

김 전 대표는 “대기업 홍보실은 네이버 뉴스 검색창에서 검색되는 뉴스에만 대응하고 검색되지 않는 뉴스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디어펜은 대기업홍보실에서도 인정하는 매체가 되는 등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이 무렵 ‘큰 손’이 김 전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의춘 문화체육부 국정홍보차관보(54)였다. 이 차관보는 이 당시 또 다른 보수 매체 ‘데일리안’의 편집국장이었다. 그는 한국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과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장과 상무이사 등을 거친 언론계 인사다.

이 차관보는 2013년 6월 초 김 전 대표에게 미디어펜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 프리미엄이 붙은 결과였을까. 김 전 대표는 2013년 11월 이 차관보(54)에게 미디어펜 지분 100%를 1억4000만원에 넘기게 된다.

▲ 2015년 11월20일 개최된 ‘2015년 전문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이의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가 ㈜코리아쉬핑가제트 김명호 대표이사 회장에게 화관문화훈장 수여하고 있다. (사진=문화부)
그러나 김 전 대표와 이 차관보는 송사 중이다. 김 전 대표가 “2013년 10월에 합의된 금액은 2억6500만원이었는데 이 차관보가 계약 체결 직전에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가 또 다른 포털사이트 다음(Daum) 수준으로 대폭 개방될 것이라면서 주식 매매대금을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차관보가 자신을 속여(기망) 결국 1억250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김 전 대표의 청구를 기각하며 이 차관보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가 뉴스검색제휴를 개방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차관보가 김 전 대표를 속여 낮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15일 미디어펜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차관보는 2015년 5월 차관보로 임명되기 전까지 극우적 칼럼을 쏟아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유가족들은 명백한 진실을 보고도,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해 진실을 알고 싶다며 나라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했고,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부정해온 최대 악성 바이러스가 드디어 사라졌다. 사악한 암덩어리가 제거됐다”고 비난했다.

대표 성향에 따라 매체의 논조도 보수 편향으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2013년 매각되기 전 미디어펜에서 활동하던 ㄱ기자는 “기사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며 “우리는 미디어오늘 포함해 언론과 기자를 감시해왔던 미디어비평지였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언론사 노조가 지나치게 사주를 몰아내려고 할 때나 조선, 동아가 어뷰징(실시간 검색어 장사)을 할 때면 비판을 세게 했다”며 “지금은 미디어펜이 어뷰징하는 것 같던데 이는 돈이 되니까 낚시성으로 트래픽을 끌어 모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차관보는 진보 세력 폄하와 비난에 필봉을 휘둘렀다. 칼럼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고 두둔했다. 2015년 5월 차관보에 임명되자 그의 행보는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정파에 편향적인 언론활동을 펼치고 그 경력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라는 비판이었다.

한겨레는 지난해 5월 사설을 통해 “(이의춘씨는) 세월호 진실 규명을 요구한 시민들은 ‘좌파 인사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었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튀는 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인으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2015년 5월20일자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은 “(문화부가) 국민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신임 차관보의 그간 발언을 종합하면 비판 여론을 청취하고 끌어안기보다 정부 논리의 일방적 전파를 최우선 과제로 앞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 차관보 뒤를 이어 지난해 5월15일 임춘성씨와 좌승희씨가 미디어펜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은 지난 2월 12일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23일자로 미디어펜 회장직을 사직했다고 한다. 이 역시 매체 성향을 보여주는 가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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