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있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뭇매를 맞고 있다. 

대다수 언론들은 검증 없이 장관의 발언을 인용보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홍 장관 발언이 사실이라면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민과 기업을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는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면 정부가 우리 기업을 ‘UN결의 위반 행위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송 변호사는 “개성공단은 정부가 승인한 사업”이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 정부의 승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근거해서 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게 되는데, 만약 홍 장관 발언대로라면 정부가 스스로 기업을 UN 결의 위반 행위자로 만든 꼴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후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홍 장관이 지난 12일 “(개성공단) 현금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고,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 데 이어, 14일 통일부는 “북한 근로자 임금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입장만 보면, 확인됐다는 것인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이어 통일부는 “북한은 당·정·군이 나서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외화는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되어 핵‧미사일 개발 및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2013년 6월 안보리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련한 북한의 은행·기업과 거래하는 일이 없도록 행정 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송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송 변호사는 “정부 주장대로라면 허위 보고를 한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가 완전히 깨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래는 송 변호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개성공단 성격부터 규정해보자. 개성공단은 정부가 ‘승인’한 사업이다. 정부 승인을 받은 기업만이 들어갈 수 있다. 관련 법에 승인 취소나 사업 정지 절차가 정해져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사업인 것이다. 만약 홍 장관의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부가 가지고 있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 첫 번째 문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UN 결의를 위반한 상황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업을 승인해줬으며 북한 근로자에게 우리 기업이 임금 지급하는 것을 눈감았다. 만약 기업 입장에서 임금 지급 행위가 UN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기업도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은 정부에 대한 신뢰, 정부의 승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근거해서 경영 활동을 한다. 정부가 사업을 승인해주고 임금 지급을 허용했다는 것은 그러한 행위가 UN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정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 만약 장관과 정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기업을 속인 것인데.

“그렇다. 정부가 UN 결의 위반 행위라는 것을 알았다면 기업을 기망한 것이 된다. 정부가 기업에 제공해야 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결과적으로 기업들을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린 셈인데, 우리 기업을 UN결의 위반 행위자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 그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 정부 주장이 사실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정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UN 안보리에 허위 보고를 한 셈이다. 2009년 1874호 결의와 2013년 2094호 결의를 이행하며 한국은 2013년 6월 이행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자금이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금융거래와 현금 지원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한 북한의 은행, 기업과 거래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하고 관련 투자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고 보고했다.”

▲ 송기호 변호사. (사진=민중의소리)
- 해당 보고서 내용은 홍 장관과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결의안 이행에 대한 UN 차원의 점검은 어떻게 이뤄지나.  

“UN 결의 위반 행위에 대한 이행‧보고‧점검 메커니즘은 정교하다. 예를 들면 2006년 유엔안보리 1718호 결의안 이름을 따서 만든 1718위원회(1718 Committee, 북한 제재 이행 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이 위원회 산하에 전문가 패널(expert panel)을 두도록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전문가 패널에 한국인을 파견했다. 다시 말해 안보리가 있고 그 밑에 1718위원회가 있으며 위원회 안에 한국인 전문가까지 있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매년 보고서를 낸다. 2014년과 2015년 1718위원회의 한국 방문 점검과 관련해 개성공단 활동이 ‘UN결의 위반’이라는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 장관의 주장은 매우 불충분한 설명인 것이다.”

- 만약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제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생기게 되나.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된다. 임금 지급이 UN 결의 위반인 걸 알면서도 그걸 말하지 않고 승인했다는 것 아닌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도 허위가 되는 것이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가 완전히 깨지는 것이고 주변국과의 어떠한 공조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 홍 장관은 지난달 통일부 업무보고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이 남북 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명한 위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될 수 있었다.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주장과 배치된다.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이처럼 업무 보고를 했다면 대통령과 국민까지 기망한 것 아닌가. (그럴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최근 발언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하다.”

-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으로 아는데.

“한국정부가 UN에 제출한 문서는 온라인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지만, 1718위원회(북한 제재 이행 위원회) 점검단이 한국을 방문해서 개성공단을 점검했을 때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위원회에 어떻게 보고했는지는 문서에 나오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 한국 기업의 재산권과 관련해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송 변호사는 13일자 경향신문에 ‘개성에 있는 한국민 재산, 어떻게 보호할까’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방침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정부가 국민의 재산권 문제를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재산권 보장과 관련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를 테면 가압류 등에 관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북한 근로자에게 우리 기업이 임금을 주지 않고 나온 상태 아닌가. 북한은 임금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가압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가압류 목록에 대한 특정이 필요하다. 또 남아 있는 재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북한과 공유해야 한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5000억 원의 재산을 두고 나왔다고 하는데 북은 1000억 원만 인정한다면, 임금 채권을 회수할 때 4000억 원이라는 국민의 재산 가치는 날아가게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고 대화해야 한다.”

-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기업이 북한이나 한국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가.

“현재 남북 누구도 ‘남북투자보장합의서’를 폐기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북한의 개성 기업 재산 ‘동결’도, 한국 정부의 조치도 모두 불법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기업의 손해를 북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 2013년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됐을 때 별도의 부속 합의를 했다. 이에 따르면 남북 각각 한 명씩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한국 측 중재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이다.”

▲ 경향신문 13일자 칼럼.
- 기업이 북한에 직접 청구하긴 어려운 상황 아닌가.

“기업이 북한에 직접 가서 소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측 위원장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한국 기업에 두고 편의 차원에서 기업이 한국에 있는 중재위원회 위원장에게 신청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 법무부의 통일법무과장이 그 신청을 받으면 그걸 갖고 북한 당국자와 만나는 거다.”

- 현 정부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북과 만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는 다른 문제다. 한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한국민의 재산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투자보장합의서가 보장하기도 하지만 ‘외교적 보호권’이라는 이름으로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이런 권리를 실현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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