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박기준 새누리당 예비후보(전 부산지검장)의 스폰서검사 사건을 보도한 민중의소리에 경고제재를 내렸다. ‘성접대 스폰서’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인데, 사실무근으로 보기에는 증언과 정황이 충분한 상황으로 심의위의 제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위는 지난 2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보도한 민중의소리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8조 위반으로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8조는 언론의 공정보도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심의위에 확인 결과 문제된 기사는 ’총선 출사표 던진 ‘섹스 스폰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철판’ 행보‘다. 박기준 예비후보가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며 이의제기를 했고 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문제가 된 민중의소리 기사는 박기준 예비후보가 검사 재직시절 지역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오랜 기간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이후 진상조사와 특별검사 수사 등이 부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심의위는 ‘법적 판단’을 잣대로 삼아 제재를 내렸다. 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심의위가 해당 보도를 허위로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섹스스폰서’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에서 무혐의처리가 됐고 박기준 예비후보가 면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낸 소송에서도 성접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는데도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심의위는 ‘섹스 스폰서’라는 표현이 자극적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박기준 예비후보는 스폰서 검사 문제를 다룬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했으나 심의위는 기각했다. 미디어오늘은 ‘떡검’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재판과정에서 일정부분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게 심의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법적 판단의 내용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특검에서 박기준 예비후보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린 건 사실이지만 이는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이지, 의혹에 대한 판단은 아니었다. 지난 12일 강경훈 민중의소리 기자는 기자수첩을 통해 “박 전 지검장의 논리는 ‘공소시효’라는 법적 장치에 대한 다분히 편의적 해석일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비겁하고 괘씸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민중의소리가 섹스 스폰서를 언급한 대목을 사실무근으로 볼 수만은 없다. 당시 스폰서 역할을 했던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가 검사들을 접대할 때 모델들을 데리고 갔다고 폭로한 바 있으며 “모델들의 성접대를 받은 박기준 전 감사장 등이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는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검사들의 성접대를 목격한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증언도 PD수첩을 통해 방영됐다. 법적판단을 떠나 다수의 증언과 정황 등 충분히 의혹제기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박기준 예비후보는 기사 뿐 아니라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요청을 하는 등 이의제기를 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의 판단이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와 달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아이엠피터는 자신의 블로그에 PD수첩 보도를 언급하며 “정용재씨가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 등 부산경남지역 검사들에게 약 25년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성접대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 내용을 소개하며 박기준 예비후보를 가리켜 “술접대 돈접대 성접대 가리지 않고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모두 문제가 된 ‘섹스스폰서’를 언급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해당 글들이 공적 관심 사안이며 의혹 제기 수준으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민중의소리가 받은 ‘경고’는 행정처분이 동반되는 중징계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재의 강도를 떠나 근거가 충분한 후보검증 보도를 제재했다는 사실에 있다. 특정 언론에 불공정보도라는 낙인이 찍히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위축효과를 줄 수도 있다. 미디어오늘처럼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소명서를 작성하는 등 심의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 언론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후보를 검증해야 할 선거기간, 언론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박기준 예비후보는 심의제도를 이용해 블로그와 언론보도에 대해 무더기로 이의제기하고 있다. 특히 블로그 게시물의 경우 이의제기만 있으면 게시물 ‘임시조치(블라인드)’가 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사라진 글들은 얼마나 있을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다. 포털에서 박기준을 검색하면 그가 지역구인 울산남구에 공원을 짓겠다거나, 체육관을 재건축하겠는 등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사가 쏟아져 비판기사를 밀어내버렸다. 과도한 심의가 결국 스폰서 검사의 치부를 감추는 평판관리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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